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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가 치를 것" 하마스 "지옥문 열겠다"

입력
2014.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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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10대 유대인 3명 숨진 채 발견

하마스 본거지 가자지구 전운 고조

이-팔 평화협상 당분간 재개 힘들 듯

이스라엘, 지난 6월 12일경 실종되었던 이스라엘 10대 3명의 시신이 헤브론의 웨스트뱅크 타운 부근에서 발견된 가운데, 30일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사망한 10대 소년들을 추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지난 6월 12일경 실종되었던 이스라엘 10대 3명의 시신이 헤브론의 웨스트뱅크 타운 부근에서 발견된 가운데, 30일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사망한 10대 소년들을 추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실종됐던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지난달 30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실종된 지 18일만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소행으로 단정 짓고 보복을 경고했다. 하마스도 맞대응을 예고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약 2주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실종됐던 10대 3명이 헤브론 북부 할훌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 신 베트는 실종됐던 에얄 이프라(19), 길랏 샤르(16), 나프탈리 프랭클(16)은 모두 이스라엘인이며, 프랭클은 미국 국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은 시신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며, 가족들에게도 발견 사실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신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지난달 12일 밤 서안지구 남부 베들레헴 서남부 이스라엘 정착촌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실종됐다. 당시 이들은 ‘히치 하이킹’을 하며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목격된 걸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을 드나드는 이스라엘인들은 위험 경고에도 히치 하이킹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BC는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이들이 실종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곳에서 차로 10분 가량 떨어진 곳”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사건 발생 직후 “배후에 하마스가 있다”고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원 약 400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충돌해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도 이번 납치를 비난하고 이스라엘 수색에 협조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하마스 조직원 2명을 납치 주범으로 지목했으나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들의 신병도 아직 확보하지는 못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에 의해 실종자들이 냉혹하게 살해됐다”며 “하마스는 책임이 있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세력이 건재한 가자지구를 정조준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지옥 문을 열어주겠다”며 맞받아쳤다. 팔레스타인은 통합정부를 해산하라는 이스라엘 요구에 “우리는 이 사건에 전혀 관련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양측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단됐던 평화협상도 당분간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를 중동평화특사로 임명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팔레스타인이 올해 4월 양대 정파인 하마스(가자지구)와 파타(서안지구)를 통합하는 새 정부 구성 계획을 밝히면서 불발됐다. 이스라엘이 “무장단체 하마스가 포함된 통합정부를 세계 각국이 성급히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며 협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중동 평화 정착을 위해 진정한 용기를 보여달라”고 나서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대화 재개에 암운이 드리우자 국제 사회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변인을 통해 “흉악하고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범죄”라며 “평화로 가는 길에 심각한 장애물이 생겼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BBC는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에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킬만한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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