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말 부산 해운대 NC백화점에 있는 실내 동물원에서 새끼곰 한 마리가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지던 중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곳 실내동물원이 다른 동물원에서 새끼곰을 빌렸다가 대여 기간이 끝나 돌려주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직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 새끼곰은 에스컬레이를 타고 백화점 지하로 내려왔고 이를 지나가던 사람이 발견한 것이죠. 자칫하면 새끼곰도 위험할 수 있었고, 탈출한 곰이 새끼가 아니었다면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도심 백화점에 동물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불황으로 매출이 오르지 않던 2012년 백화점들이 아기사자, 원숭이 등 수십종의 동물을 동원한 동물원을 잇따라 열었다 가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와 여론에 밀려 주춤해졌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 부진에 세월호 참사 여파까지 겹치자 또다시 동물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백화점들이 동물원을 여는 것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를 쇼핑으로 연결시켜보겠다는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NC백화점 동물원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만져보기 입니다. 병아리 거위 오리 토끼 거북이 앵무새 등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뿐 아니라 사막여우 뱀 코아티 너구리까지 50여종 800여 마리를 직접 만져볼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는 겁니다.
옥상공원에 강아지 거북이 사슴 닭 등 미니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최근 돼지 토끼 금붕어 등을 키우는 동물농장을 연 마리오아울렛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백화점들은 “도심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물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게는 힐링이 될까요. 동물보호단체들은 좁은 공간에 전시된 동물들이 사람들의 손길을 타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실제 백화점 동물원에 다녀온 후기들을 보면 “즐겁다”는 의견도 있지만“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지 땅굴만 파고 있더라” “엄청나게 좁은 이 공간에 사슴 혼자서 얼마나 외로울지” 등의 우려 도 상당수 입니다.
실제 동물 마케팅을 했던 한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전시를 하고 나면 동물들의 상당수가 스트레스를 겪고 특히 민감한 파충류나 토끼들은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들을 좁은 공간에 가둬 놓는 것도 모자라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만질 수 있게 하는 마케팅이 정말 아이들 교육에 바람직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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