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혹은 나의 배경
손진은
안강* 다 와 가는 국도에서
사고 때문에 멈추어 선 버스
체증처럼 늘어진 차량 행렬 보며
바람 한 점 없고
시간마저 더위가 붙들어 놓은 버스 속
동구 밖까지 마중 나왔다가
열어 논 창문 비집고
악다구니치는 가수의 목소리마저 비집고
혼자 몰래 들어 와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서 있는
아카시아 향기
* 경주시 안강읍
시인 소개
손진은은 1959년 경북 안강에서 태어나 경북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고, 1996년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고요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경주대 교수.
해설 -시인 제왕국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들은 배경이다. 그들은 풍경이 되기를 거부한다. 있는 듯 없는 듯 몰래 서 있는 물상의 그들. 형체는 보이지 않으나 향내로 모든 사물을 물들이는 것들이다. 화자의 맑은 시선이 사물의 이면과 그것들 각각의 내력을 조율하며 간파하는 근원을 한국의 어머니에게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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