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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인 사기 막은 검찰청 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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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인 사기 막은 검찰청 운전기사

입력
2014.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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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넘어선 적극적 민원 응대로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90대 노인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대구지검 경주지청 운전주사보 정삼식 실무관.
90대 노인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대구지검 경주지청 운전주사보 정삼식 실무관.

지난 3월 20일 오후 3시 경북 경주시 화랑로 소재 대구지검 경주지청 1층 현관. 한 할아버지가 어쩔 줄 몰라하며 청사 내 은행 앞을 서성였다. 평소 검찰청 관용차량 운전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민원안내 근무를 서는 정삼식(53ㆍ사진) 실무관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자 이모(90) 할아버지는 “서울중앙지검의 곽○○ 검사가 전화를 걸어와 ‘당신의 은행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모두 인출해서 내가 지정하는 계좌로 입금하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미 3,000만원을 인출해 갖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순순히 큰 돈을 보내기 직전이었다.

정 실무관은 “잠시만 기다려 보라”며 이씨를 만류했다. 대화 중에도 이씨의 휴대폰은 계속 울려댔다.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였다. 정 실무관이 직접 전화기를 건네받아 통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 태연스럽게 ‘곽○○ 검사’라며 “빨리 입금해야 한다”는 재촉이 쏟아졌다.

정 실무관은 즉각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곽○○ 검사’를 조회했다. 전국 어느 검찰청에도 그런 이름의 검사는 없었다. 이씨 휴대폰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인근의 한 식당이 나왔다. 의심할 여지 없는 보이스피싱이었다. 정 실무관은 할아버지께 “이런 전화는 절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린 뒤, 경주경찰서로 모셔가 피해 진술을 하도록 했다.

정 실무관은 30일 “할아버지가 검사라는 인물이 범죄 이용 운운하니 그대로 믿고, 검찰청 은행에서 입금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검찰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검 관계자는 “자신의 본래 직무범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민원에 응대해 민원인의 피해를 방지했다는 점에서 정 실무관은 모범 공무원의 표본”이라며 “전국 검찰청에서 교육 사례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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