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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遭難)통신

입력
2014.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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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4일 밤 11시40분께 북대서양 항로를 항해 중이던 타이태닉호가 뉴펀들랜드 동남쪽 640㎞해상에서 빙산과 충돌, 사고발생 2시간40분만에 침몰했다. 타이태닉호는 최첨단 무선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어, 사고현장에서 20㎞ 떨어진 화물선 캘리포니안호에 무선 모스부호 조난신호(SOS)를 보냈다. 하지만 그 배의 통신사는 졸고 있어 구조신호를 제때 받지 못했다.

▦ 타이태닉호에 장착된 통신 설비는 ‘무선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 아마추어 연구가 굴리엘모 마르코니(1874~1937)가 발명한 것이었다. 그는 1896년 무선전신을 고안, 영국으로 건너가 특허를 취득했다. 점과 대시로 알파벳을 표현하는 모스의 전신(1844년 개발)을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보내는 진화된 기술이었다. 그는 1901년 12월 영국과 캐나다 간 3,570㎞의 대서양 횡단 무선전신에 성공했다. 이어 토머스 에디슨의 제자였던 캐나다의 페센던이 1906년 주파수가 낮아 멀리 가지 못하는 음성이나 음악을 고주파에 실어 보내는 무선 음성통신을 개발해냈다. 타이태닉호 침몰사고 이후 이들 통신장비는 모든 선박에 의무적으로 설치됐다.

▦ 배가 침몰 위기에 직면하면 항해사는 선박구조를 요청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조난신호 ‘메이데이(MAYDAY)’를 세 번 외쳐야 한다. 프랑스어 M'aider(Heip meㆍ도와주세요)를 2차 대전 중 영국에서 사용하면서 메이데이가 됐다고 한다. 요즘 선박은 초단파무선통신(VHF)을 쓰는 데, 메이데이를 외치는 국제조난주파수는 16번 채널이다. 또 위성을 통해 선박의 위치와 상태를 자동으로 인근 선박에 보내는 ‘디스트레스 버튼’까지 장착돼 있다. 버튼만 누르면 굳이 메이데이를 외칠 필요조차 없는 셈이다.

▦ 지난 30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신의진 의원은 “해경으로부터 제출 받은 녹취록 분석 결과,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세월호는 16번 채널로 해경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해경이 아무 답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경은 16번 채널과 다른 채널을 함께 켜놓은 채 번갈아 사용했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어느 쪽이 맞는 지 규명하는 것과 함께 버튼 하나 누르면 될 일을 왜 세월호는 안 했는지 국조특위가 밝혀주기 바란다.

박진용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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