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24범 20대 구속
전과 24범인 상습 사기범 고모(23)씨에게 가족은 사기행각의 대상이자 온갖 금품이 끝없이 쏟아지는 ‘화수분’이었다. 고씨는 동생 명의로 휴대폰을 산 뒤 되팔고, 아버지와 삼촌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썼으며, 대출까지 받았다. 피해액이 수천 만원에 달해, 참다 못한 가족의 고소로 수배를 받다 붙잡힌 고씨는 “6개월된 아들을 돌봐야 한다”며 사법당국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실제 아들 얼굴을 한번도 본 적 없었다.
고씨는 2012년12월 군산교도소를 출소한 뒤 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올해 2월 초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의경인 동생(21)의 신분증을 위조해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 인터넷 중고품 매매사이트에서 팔아 100만원을 챙겼다.
동생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넣은 가짜 신분증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불법 신분증 제조 사이트를 통해 만들었다. 온라인 스마트폰 판매업체에는 이 신분증 사진을 보내기만 하면 됐다. 업체는 고씨와 영상통화로 본인 확인을 했지만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고씨의 대담한 범행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50)와 동생, 작은 삼촌(46) 등 가족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몰래 발급받아 물건을 구입해 되팔았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총 5,000여만원을 썼다. 피해를 입고 충격에 빠진 고씨의 작은 삼촌은 화병을 얻어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전북 군산경찰서에 고씨를 사기, 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씨는 숨진 작은 삼촌의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경찰 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고씨를 25일 오후 동거녀 백모(24)씨의 군산 집 근처에서 붙잡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고씨는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 구속영장 청구 전 화상면담을 한 검사, 영장실질심사 전담판사에게 “6개월 된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니 선처해 달라”며 눈물을 쏟았고, 경찰서로 찾아온 동거녀 백씨에게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으나 모두 거짓말이었다.
조사 결과 고씨는 백씨와 같이 살기 전 동거하던 김모(19)씨가 아이를 낳자 김씨와 아이를 모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고씨와) 동거 중 지난해 7월 임신한 상태에서 전북 익산의 친정엄마 집에 간 사이 고씨가 다른 여자를 집으로 들였다. 고씨가 집 (현관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안 알려줘 짐도 빼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씨는 중고판매 사기 피해자들에게도 고소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5년 전부터 물건을 판다는 글을 사이트에 올리고 돈을 송금한 구매자에게 쓰레기나 병뚜껑을 넣은 택배를 보냈다. 이렇게 사기행각을 벌이다 3년 전 1년6개월간 옥살이를 한 고씨였지만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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