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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기 그만" 인사권 나눠 갖고 상생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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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기 그만" 인사권 나눠 갖고 상생 정치

입력
2014.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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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실천하는 사람들] <3> 지방정부 연정 실험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독일식 연합정치 실험 급물살

도의회 자체의 견제·감시 기능, 무력화 가능성은 풀어야 할 숙제

남경필(오른쪽서 세 번째) 경기지사 당선자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기도 여야 정책협상단' 모임을 가진 뒤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았다. 남 당선자 왼쪽으로 독일 연정실험의 경험을 듣기 위해 초청한 우어술라 맨래 한스자이델 재단 총재와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인 김태년 송홍창 의원. 연합뉴스
남경필(오른쪽서 세 번째) 경기지사 당선자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기도 여야 정책협상단' 모임을 가진 뒤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았다. 남 당선자 왼쪽으로 독일 연정실험의 경험을 듣기 위해 초청한 우어술라 맨래 한스자이델 재단 총재와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인 김태년 송홍창 의원. 연합뉴스

정치는 흔히 ‘승자독식’ 게임이라고 한다. 선거에서 49%를 얻더라도 1표 차이로 낙마한다면 전부를 잃고 반대의 경우 간발의 차이로 권력을 쥐게 된다. 단순다수 득표자 당선이라는 선거제도 탓에 패자가 확보한 표심은 아무리 크더라도 쉽게 잊혀질 수밖에 없다. 당선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비전도 사장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를 지배하는 이 같은 법칙이 6ㆍ4지방선거 이후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신승한 새누리당 남경필 당선자가 선거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에 사회통합부지사(정무부지사) 추천권을 넘기겠다고 제안하면서 우리 정치 현실에서 낯설기 그지없는 ‘연합정치’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협치(協治ㆍ거버너스)’로도 불리는 지방정부발(發) 정치실험은 제주를 넘어 충남 등지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가 불지핀 정치 실험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남 등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일부 지역에서 야권 내 공동정부를 구성한 적은 있지만, 여ㆍ야가 함께하는 연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7년 김대중ㆍ김종필(DJP)연합이 결성돼 대선 승리 후 인사권을 나눠 갖기도 했지만, 연정이라기 보다는 선거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연합의 성격이 더 컸다.

남 당선자가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무부지사 인사권을 야당에 넘기겠다”고 제안했을 때만해도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았다. 7월 개원하는 경기도의회에서 야당이 128석 중 과반이 넘는 78석을 차지하면서, 남 당선자가 원활한 도정을 펼치기 위해 당근을 내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이 “정책 협의를 먼저 해야 한다”며 남 당선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역제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남 당선자는 이튿날 “오랫동안 가져온 정치철학을 실천하려는 것으로 독일식으로 표현하면 연정이 될 것”이라며 야당의 제안을 즉각 수용했다.

경기도의 연정 실험은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 당선인과 김 의원 등은 12일 국회에서 정책협의회를 개최하면서 경기도 연립정부 구상 실현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18일에는 정책협상단이 첫 상견례를 가졌다. 협상단에는 남 당선자 측에서는 혁신위원장(인수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과 남 당선자와 맞붙었던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의 정책공약을 총괄했던 윤후덕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날 상견례에 특별 초빙된 독일 한스자이델 재단 총재 우어줄라 맨래 교수는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는 배려의 마음이 연정의 기본자세”라고 조언했다. 독일은 연합정치를 통해 경제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정책협상이 연정 실험의 첫 난관

본격 협상에 들어간 정책협상단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새정치연합이 6ㆍ4지방선거에서 민생1호 공약으로 내세운 ‘생활임금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생활임금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의 130~150%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단체장이 새정치연합 소속인 서울 성북구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엔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인 도의회가 지난 4월 ‘경기도 생활임금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열악한 지자체 재정상황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선거 당시 여야가 공통적으로 제시했던 버스 준공영제도 도입 범위를 놓고 여ㆍ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개선 문제에 있어서도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 캠프는 보육교사 공무원화 공약을 제시했지만, 남 당선자가 재정문제를 이유로 이를 강하게 비판해 온 만큼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인사청문회 도입은 정책협상단의 첫 성과물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18일 정책협상단 상견례에서 “도의회 역할을 강화하고 여야간 책임정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도 고위 간부와 주요 산하기관장을 도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남 당선자는 이날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합정치에서 상생과 협력의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도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수용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연정실험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기도 연정 실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로는 사회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전문가인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독일은 우리나라로 치면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연정을 구성하기도 한다”며 “독일이‘라인강의 기적’(경제성장)과 복지국가 건설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대연정이라는 연합의 정치가 있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정부 차원의 연정 합의가 자칫 자치의회를 무력화 할 가능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정책협상단에 참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은 “도의회가 견제ㆍ감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정책협의과정부터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송경용 신부는 “협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권ㆍ정의ㆍ환경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연결고리로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성찰해 볼 필요도 있다”며 시민사회가 조정자이자 감시자로서 연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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