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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제재는 일관성과 원칙이 중요

입력
2014.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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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올해 초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다가 각종 불법, 부당 대출 등 최근 금융사고가 워낙 많았던 터다. 따라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가 예상되었는데 워낙 쟁점도 많고 소명이 길어져 주요 안건에 대한 결정 없이 끝났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법규를 위반하는 금융회사와 경영진을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으니 다음 번 제재심의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제재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등에 따라 금융기관 또는 그 임직원에 대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취하는 조치를 말한다. 잘못한 일에 대해 처벌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처럼 당연한 금융제재에 대한 논란이 많다. 금융권 안팎에서 이번의 무더기 중징계 논의가 전례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세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된다. 어느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금융사 영업을 위축시킬 정도로 징계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다. 금융당국이 제재를 정할 때 법과 원칙보다는 여론 등을 감안한 정무적 판단에 따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동안 솜방망이 처벌만 받다가 징계가 강해지는 것을 경험하면 반발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지 징계의 강화가 아니다. 또한 금융사 영업이 위축되는 것이 두려워 제재를 경감한다면 이 역시 잘못된 자세이다. 경우에 따라 금융회사의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는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기강이 바로 서지 않겠는가?

오히려 문제는 왜 솜방망이 처벌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금융제재는 늘 엄격해야 하는데 일관성 없이 약했다 강했다 바뀐 적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책임자도 바뀌고 정책의 기조도 달라진다. 게다가 지난 정부에서는 소위 ‘금융의 사대천왕’들이 주요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엄격하게 제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정치와 금융, 또는 관치금융의 문제가 금융제재의 일관성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워낙 넒은 주제로 금융제재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의 주요 현안들 대부분과 관련이 깊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우리 금융당국이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기관에 대한 제재보다 임직원에 대한 신분적 제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장이 해당 직원 및 관리자의 책임을 묻고, 은행장에 대한 문책은 이사회가, 감독당국은 해당 은행을 제재하는 것이 글로벌 규범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감독당국이 각 금융회사 직원 및 관리자의 책임까지 직접 검사?제재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발전시킬 유인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감독당국의 인력이나 예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모든 금융회사 임직원들을 항상 면밀히 감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평소에는 감독의 수준을 높지 않게 유지하다가 금융사고 등으로 여론이 나빠지면 세밀하게 검사하고 일일이 제재하는 모습이 사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감독당국의 직접 제재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입장에서 위법ㆍ위규 행위에 따른 예상 손실(처벌)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데 거꾸로 위법ㆍ위규를 감추려고 하는 유인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한편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해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는 거꾸로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관의 책임만 묻는 것이 별 효과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내부통제 시스템의 발전과 임직원에 대한 직접 제재의 필요성이 서로 물고 물려 있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교착상태를 돌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일관성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굳건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 한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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