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아시아 내 편 만들기 가속]
日 등 제외 국가에 타진, 美는 한국 등 참가 반대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두 나라가 벌이는 국제금융 패권 경쟁과 연관이 있다.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두 나라가 안보 분야에서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본격적인 내편 만들기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AIIB 설립을 처음 제안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중국은 연말 설립 때까지 AIIB 총자본금의 절반 규모인 500억달러(51조원)를 내겠다고 밝혔다.
총재 임명권이 미국 대통령에게 있는 세계은행(WB)과 출자비율이 미국 15.6%, 일본 15.7%로 일본의 주도권도 상당한 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다른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만들려는 시도다. 중국이 미국 일본 인도 등 자국의 영향력 확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권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은 중동을 포함해 22개국 정도에 참여를 타진했고 현재까지 10개국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과 바그다드(이라크)를 잇는 철도 건설 등 이른바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상을 뒷받침할 기반시설 정비에 AIIB를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중국이 “자국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은행’을 원하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것만은 틀림 없다. AIIB 설립 책임자로 중국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감독이사회 의장과 ADB 부총재를 지낸 진리췬(金立群)을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참여할 경우 지분이 5~10% 수준이 될 것이라는 추산까지 한 만큼 원칙적으로 AIIB 참여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향후 AIIB를 통해 북한의 사회기반 시설 건설 지원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AIIB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인프라 정비와 관련된)참가국 모두를 환영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느끼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의 참가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이달 초 한국 고위 당국자에게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한국 참가 반대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이런 미국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 미 NSC 대변인은 공개적으로 AIIB에 대해 향후 적절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지, 다른 국제개발기관과 협력할 수 있을지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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