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하반기 새 농림위 구성 국회 차원 공청회 필요"
민변 "관세율 공개" 제소, 시장개방에 반발도 여전
정부의 쌀시장 완전 개방(관세화) 선언이 한달 가량 미뤄진다. 국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무리한 강행으로 인한 후(後)폭풍을 최소화하자는 계산이 깔려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하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으로 새로 들어온 의원들이 많고,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한 뒤 쌀시장 개방을 선언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관세화 발표를 7월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20일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공청회를 끝으로 전국 단위의 관련 설명회를 마치고,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쌀 개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4일 꾸려진 하반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반기 국회에서 추진했던 쌀 관세화 관련 공청회가 세월호 참사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무산된 만큼, 새로 구성된 하반기 국회에서 7월 중 공청회 등 공개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상임위원(17명)이 이번에 절반 정도(8명) 바뀐 점도 거론됐다.
더구나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쌀 관세율 공개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하기로 하는 등 쌀시장 개방에 대한 민간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민변은 “쌀시장 개방 후 관세율을 얼마로 할 것인가가 핵심 사항인데도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또 쌀시장 개방은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인데 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는 국회 등 각계 의견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발표 수위 및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모아 판단하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관세화 발표는 힘들고, 적절한 타이밍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별대우로 2003년까지 10년간 쌀시장 개방 시기를 미뤘고, 2004년 재협상을 통해 개방 시점을 10년 더 연기했다. 종료시점(올해 말)이 얼마 남지 않아 9월말까지는 우리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 조건인 의무수입물량(MMA) 확대보다 고율 관세로 외국산의 무차별 유입을 막는 게 효율적이라는 논리로, 쌀시장 개방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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