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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때 위안부 할머니들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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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때 위안부 할머니들 만나야"

입력
2014.06.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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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일보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는 8월 중순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은 28일 미국의 대표적 가톨릭계 잡지인 ‘아메리카(America)’에 기고한 글에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위선자들에게 조롱과 돌팔매질을 당할 때 예수가 일으켜 세웠던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위안부 여성들을 포용해 그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외교위 전문위원 출신인 핼핀 연구원은 “교황은 교회가 역사적 소명을 회복해 가난하고 버림받고 억압받는 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지난 4월 20여개국 성직자와 경찰관, 피해자들을 초대해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소 5만명에서 20만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연루된 일본군의 위안부 시스템은 나치 수용소에서 이뤄진 집단성폭행을 빼고는 분명히 20세기의 가장 끔찍한 사례”라며 “이는 특히 가톨릭의 전통적 덕목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핼핀 연구원은 “교황의 방한은 잃어버린 가톨릭 전통을 다시 회복하는 드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여성 권리와 품위에 대한 존중, 버림받고 억압받는 자들에 대한 교황의 우려, 또 인신매매 종말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하느님의 사랑의 메시지, 희망, 관용이라는 축복을 제공하는데 있어 교황보다 더 적절한 인물은 없다”며 “시기적으로 위안부 시스템의 종말을 가져온 광복절, 또 장소 면에서 서울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교황의 방문 기간과 겹치는 8월 15일은 일본의 가혹한 식민치하로부터 독립한 광복절이자 천주교에서는 성모승천대축일”이라며 “2차 대전의 망령이 여전히 아시아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서 교황이 이날 한국에 있다는 것은 신의 섭리인 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여성이자 여성 인권운동가인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91) 여사가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수녀가 되고자 공부했던 가톨릭 소녀였다고 소개하고 “1992년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접한 뒤 두 딸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위안부 경험을 털어놓고 여성권리 운동을 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은폐하려는 일본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황이 위안부를 만나는 감격적 장면이 TV로 중계될 때 눈물 속에서 웃음지을 사람은 오헤른 여사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메리카’는 전세계 가톨릭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 예수회의 공식매체로, 이번 기고문이 게재된 것은 미국 예수회가 교황의 위안부 접견 아이디어를 공식 지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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