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20~30대 젊은 탈모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탈모증 환자는 2009년 약 18만 명에서 지난해 21만 명으로 4년 동안 17% 늘었는데, 연령대에서 30대가 24.6%로 가장 많고 이어 40대(22.7%), 20대(19.3%)의 순이었다.
보통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수십 개까지 빠진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 수가 100개가 넘으면 탈모증으로 진단한다. 젊은층에서 탈모가 많아진 이유는 조기진단율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한모발학회가 2011년 국내 13개 대학병원 탈모 환자 1,220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율이 남성 41.8%, 여성 47.9%로 나타나, 남녀 모두에서 가족력이 없더라도 탈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트레스가 혈관 수축과 혈류 장애를 부르고 이것이 모근의 불충분한 영양 공급으로 이어져 탈모가 생겨난다. 주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머리 전체에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동전만한 크기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형탈모 증상이 두드러진다. 피부과 탈모클리닉을 찾는 젊은층 중에는 취업 준비생과 고시생, 입사 2~3년차 회사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약물 오남용, 잦은 다이어트에 따른 영양 불균형, 잦은 퍼머와 염색 등도 탈모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남성 탈모의 경우 보통 이마의 경계를 이루는 헤어라인부터 머리숱이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이마 양옆 부분이 파이듯 넓어지는 M자형이 가장 흔하며, 그 다음이 여성탈모처럼 이마라인은 유지하되 머리 윗부분의 숱이 빠져 휑해지는 형태다. 여성에서 M자형이나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양한 약물 배합이 치료의 핵심
정확한 진단이 탈모 치료의 첫걸음이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탈모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3분의 1가량은 진단 결과 탈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며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못내려 주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는 이들이 적지않다”고 말한다.
초기 탈모증에는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탈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기 시작하고 머리숱이 평소보다 많이 빠지기 시작할 때 효과적이다. 가늘어진 머리카락을 굵게 하고, 머리카락이 더 이상 빠지는 것을 막고, 일부 모낭에서는 새롭게 머리카락이 돋게 한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는 먹는 약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 바르는 약 미녹시딜, 엘크라넬이 있고, 여성형 탈모에는 먹는 약 판토가와 바르는 치료제 미녹시딜, 엘크라넬을 사용한다. 약 먹는 게 귀찮다며 의사가 권하는 약은 잘 안 먹지 않고 샴푸 등에만 신경을 쓰는 이들이 적지않은데 이는 잘못이다. 약물 치료는 탈모 초기에 모낭이 살아있는 상태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탈모가 많이 진행된 이후라면 다른 치료법에 의존한다.
이마 훤해졌다면 탈모 20% 진행
앞이마가 훤해지고 가리마 부근에 머리가 듬성듬성하다 싶으면 이미 탈모가 20%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강 원장은 말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탈모의 진행 속도가 가팔라진다. 이에 따라 먹고 바르는 약으로 탈모 진행을 막는 한편, 헤어라인을 원래대로 복원하기 위해 머리카락이 생성되고 자라도록 하는 치료를 추가한다.
모낭주사는 모낭과 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해 머리카락이 굵게 자라도록 돕는다. 환자의 두피와 탈모 진행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의 혼합이 달라지는데, 혈액순환 개선을 위한 약물, 모발성장 필수영양성분 약물, 호르몬 억제를 위한 약물, 항염작용을 위한 약물, 성장 증진을 위한 약물 등으로 다양하다. 강 원장은 “모두 2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약물을 잘 조합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모낭주사 치료로 헤어라인이 복원되고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면 이 상태가 유지되고 더 이상 탈모가 나타나지 않도록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탈모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PRP와 줄기세포 치료가 시도되기도 한다. PRP(Platelet-rich Plasma, 혈소판풍부혈장주사)는 자신의 혈액을 원심 분리, 일반 혈액보다 혈소판이 풍부하게 응축되게 만든 혈장 성분을 일컫는다. 이 성분 속의 혈소판을 주사로 주입하면 탈모 부위의 모근을 강화시켜 머리카락이 돋아나고 빨리 자라도록 한다. 줄기세포치료가 탈모에도 이용되는데, 환자에서 채취한 혈액에서 혈관형성줄기세포만을 분리한 뒤 두피 곳곳에 주사한다.
잦은 다이어트는 삼가고 골고루 먹어야
스트레스성 탈모는 문제의 원인인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저절로 치유되므로,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바른 모발 관리 습관도 빼놓을 수 없다. 두피가 건강하지 않으면 지루성피부염, 비듬증에 걸리기 쉽고 모근, 모낭에 염증반응을 불러 탈모로 이어지기 쉽다. 잦은 퍼머와 염색은 모발의 단백질은 손상시킨다. 스프레이, 젤, 무스 같은 스타일링 제품에도 모발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TIP. 탈모 자가 진단법
탈모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면 탈모의 진행을 의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 다음 중 5개 이상에 해당하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1.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느낌이다.
2. 모발이 가늘고 부드러워지며 힘이 없다.
3. 하루에 100개 이상 모발이 빠진다.
4. 두피가 가려우면서 비듬이 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5. 두피를 눌렀을 때 가벼운 통증이 느껴진다.
6. 앞머리와 뒷머리의 굵기 차이가 많이 난다.
7. 가슴의 털, 수염 등 몸의 털이 갑자기 길어지고 굵어진다.
8. 두피에 피지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
9. 습관적으로 머리를 자주 긁는다.
10.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약 100개 정도 잡아당겼을 때 5개 이상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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