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NN, 네팔 빈곤한 사정 악용한 불법 장기밀매·피해 실태 고발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 조그만 마을 카브레에서 우유를 짜 팔거나 농장일로 생계를 이어온 빈곤층 나와라즈 파리야씨는 신장 한 쪽을 도둑맞은 피해자다. 일거리를 찾으러 카트만두에 가곤 했던 파리야씨는 2000년쯤 한 건설현장에서 현장감독이 “의사가 당신 신체에서 고기 한 덩이를 떼어 내도록 해 주면 3만 달러를 받을 것”이라며 접근한 게 발단이었다. 그는 ‘고기’가 실제로는 신장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현장감독이 ‘고기는 다시 자랄 것’이라고 해 재생된다면 3만 달러(한화 약 3,000만원)를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잘못해서 죽으면 어쩌나’고 걱정하는 그에게 현장감독은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음식과 옷을 주고, 심지어 영화도 보여줬다.
그리고 나서 인도 남부 첸나이주의 한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곳에 있던 암거래상들은 파리야씨에게 가짜 이름을 지어준 뒤 그를 병원에 친척이라고 소개했다. 파리야씨는 “암거래상이 가짜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허위 서류를 이미 준비해 갖고 있었다”며 “영어로 신장을 뜻하는 ‘kidney’라는 말을 몇 번 들었지만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고, 현지어도 몰라 암거래상과 의료진 사이의 대화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후 파리야씨는 약속한 금액의 1%도 안 되는 2만 루피(약 21만원)만 받고 집으로 왔다. ‘나머지 금액은 곧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이후 암거래상은 연락을 끊었다. 파리야씨는 “네팔로 돌아온 후 의심이 들어 그 의사에게 찾아갔지만 이미 내 신장은 사라진 후였다”고 했다. 파리야씨는 현재 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있고, 지속적으로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손 놓고 있다. 그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처지”라며 “내가 죽으면 정부가 두 자녀를 돌봐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파리야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네팔에서의 불법 장기밀매 및 피해 실태를 고발했다. CNN은 “네팔에서 매년 약 7,000개의 신장이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암거래상들이 불법적으로 얻는 수익만 해도 연간 5억1,400만~1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네팔 당국은 카브레 마을을 불법 장기 암거래가 시작돼 ‘네팔의 콩팥은행’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CNN은 “파리야씨처럼 콩팥 암거래상의 피해자로 전락한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수두룩 하다”며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빈곤한 경제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마을은 가축을 기르거나 농사 외에는 특별한 일거리가 없다. 따라서 흉작이 오거나 많은 병원비를 내야 할 경우 가정은 풍비박산 날 수 밖에 없다.
카트만두에 기반을 둔 비영리기관 시민권보호포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 지역에서 불법 장기거래의 피해자는 300여명으로 집계됐지만, 의료활동가들은 그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NN은 “장기 중 신장 수요가 가장 많아 암거래상이 이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처럼 고령화, 빈곤, 의료보험 부재로 인해 장기 관련 질병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병원으로 가는 이유도 있다. 먼저, 네팔에서 콩팥 이식수술을 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 또, 네팔에서 합법적으로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기증자가 가족이어야 하고,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같아야 하나 인도에서는 이런 절차를 적법하게 밟지 않는다. CNN은 “인도 병원은 신장이식수술을 하기 전에 기증자가 신장을 이식 받을 환자의 친척이라고 증명해줄 객관적인 증빙 문서를 인도주재 네팔 대사관에 요구하지 않는다”며 “암거래상들이 조직적으로 서류를 위조해도 모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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