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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으로 일본 헌법 9조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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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으로 일본 헌법 9조 지켜주세요"

입력
2014.06.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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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지켜 온 日국민 자격 충분" 아베 변경 시도에 대못 박기

日 30대 주부 아이디어-실행위 설립…올해 초 평화상 후보 공식 등록

보수 우익 반발에도 서명운동 10만명 동참…한국어 사이트 까지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에 반대하는 도쿄 시민들이 지난 26일 총리 공관 앞에 모여 '전쟁할 수 있는 나라! NO' 등을 쓴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에 반대하는 도쿄 시민들이 지난 26일 총리 공관 앞에 모여 '전쟁할 수 있는 나라! NO' 등을 쓴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2014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상 수상식장.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전문보기)를 68년간 지켜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국민을 대표해 참석한 아베 일본 총리는 “앞으로도 일본 헌법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가상으로 꾸며본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헌법 개정에 욕심을 내는 아베 총리에 반대 하며 헌법지킴이를 자처하는 시민단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헌법 9조 노벨평화상 실행위원회’의 활동이 눈에 띈다.

실행위원회는 최근 ‘일본 헌법 9조가 세계 평화에 기여한 충분한 가치가 있고, 이런 헌법을 지켜온 일본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는 문서를 노벨위원회에 제출해 정식으로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실행위원회는 실제로 수상이 결정된다면 국민을 대표해 아베 총리를 수상식장에 보낼 것을 검토 중이다. 실행위원회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헌법을 지켜온 공로로 노벨평화상 수상대에 선다면 헌법 개정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신의 생각을 뉘우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헌법 9조를 노벨평화상과 연결시키자는 생각은 수도권인 가나가와현 자마시에 거주하는 30대 주부에게서 나온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다카노스 아오미는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전력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9조를 변경하겠다는 시도에 불안을 느꼈다.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된다면 자신의 아이들이 언젠가 전쟁에 휘말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게다가 2012년 노벨평화상을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국가연합인 유럽연합(EU)이 받는 것을 보면서 “70년 가까이 평화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한 헌법 9조도 자격이 있지 않을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다카노스는 지난해 1월 헌법 9조에 평화상을 달라는 편지와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을 통해 동참한 1,341명분의 서명을 노벨위원회에 보냈다. 며칠 뒤 노벨위원회로부터 “노벨상은 단체나 개인에게 주는 것으로 대학교수나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추천인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받았다.

다카노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가 주도하는 호헌 시민단체 ‘9조의 모임’에 도움을 청했고, 가나가와현 사가미지역에서 9조의 모임을 이끌던 오치아이 마사유키와 손잡고 지난해 8월 ‘헌법9조 노벨평화상 실행위원회’를 설립했다. 오치아이는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직이 꾸려지자 일의 진척도 빨라졌다. 실행위원회는 대학교수 등 추천인 확보에 나서는 한편 인터넷 서명운동에도 박차를 가했다. 고민거리였던 수상 대상은 일본 국민으로 정했다. 일본 국민 모두가 헌법에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패전 후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헌법을 지켜온 만큼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올해 초 노벨위원회에 ‘헌법 제9조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국민’을 평화상 후보로 정식 요청해 지난 4월 9일 278번째 후보로 정식 등록됐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우익 세력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평화상 수상을 주도한 다카노스에 대해 갖은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가족에 대한 위협도 서슴지 않겠다는 협박을 이어갔다. 다카노스는 신변 안전을 위해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언론 노출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반면 실행위원회 활동은 더욱 체계화하고 있다. 6월 현재 인터넷 서명은 5만 건을 넘었고, 개헌 반대 집회 등을 돌며 직접 받은 서명지까지 합하면 찬성자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실행위원회는 10월 10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까지 목표로 잡았던 10만 건 서명을 15만건으로 올려 잡았다. 현재 영어, 베트남어 서명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했으며 지난 주에는 한국어 사이트(▶바로가기)까지 열었다.

이 사이트에는 “전 세계가 무기를 한 손에 들고 매사를 그 힘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 압력 속에서 일본 국민은 전세계 인류의 안녕과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먼저 솔선하여 전쟁 포기, 무력을 보유하지 않기로 정한 헌법을 전후 70년 가깝게 유지해오고 있다. 이것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공헌한 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후쿠시마 가즈오 실행위원은 “이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응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는 운동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앞으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확산을 위한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실행위원회의 서명 동참은 물론 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는 데 동조하는 운동도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만으로도 집단적 자위권 허용이 가능하다는 각의결정을 추진해 사실상 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나선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27개 광역지자체 지방의원 215명은 최근 ‘자치체 의원 입헌 네트워크’를 만들어 “입헌주의와 평화주의를 두 바퀴로 정권의 폭주에 대처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 각지에서 연일 헌법해석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7월까지 전국에서 예정된 관련 집회, 강연회, 심포지엄이 100건을 넘는다.

이런 움직임이 실제로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실행위원회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9월부터는 2016년 후보 추천 작업에 다시 나서는 등 이 같은 활동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오치아이 공동대표는 “헌법 9조를 지키려는 일본 국민이 매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되면 정치인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을 바꾸겠다고 섣불리 말하는 정치인이 사라질 때까지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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