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홍원 총리’ 사태를 보면 지난 1년4개월간 보여왔던 이 정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압축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권의 약점과 치부를 드러내는 현안에 대해 우회와 꼼수,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시대와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조응함이 없이 오로지 자기 사람만 보는 폐쇄성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포함해 정국 현안에 대해 발상의 전환과 정면돌파로 국민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 3차례나 실패를 거듭한 총리 인사문제는 특히 더 그렇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낙마 배경만 보더라도 역사관 논란이 부각됐을 따름이지 국가개조를 책임질 총리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두드러진 보수성향으로 인해 야당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기는 애초부터 글렀었다. 앞서 전관예우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안대희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의 눈높이나 인사검증 기준이 일반의 상식과 심하게 괴리돼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인사였다. 이 정부 출범 초 부실 검증의 교훈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인식 한계에 대한 청와대의 반성과 인사와 관련한 발전적인 개선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 총리 유임이고, 인사청문회나 인사검증을 걸고 넘어지는 자세다. 도덕성과 자질 검증을 따로 하자는 둥, 여론의 검증 기준이 너무 높다는 둥 여권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현실성도 없고, 인사 실패의 근본원인과 책임소재를 흐리기 위한 상황호도 전략과 다를 게 없다. 지금의 인사 시스템에서 별반 나아질 게 없어 보이는 인사수석실 신설만 하더라도 인사 실패에 대한 면피용, 책임의 정점에 있는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의 방패막이용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진정 국가개조의 의지가 있다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그 책임자인 총리로는 ‘탕평 인사’를 내세웠어야 한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자문해본다면 인사시스템이나 여론의 눈높이 문제인지, 아니면 청와대 인식의 문제인지 답이 나올 것이다. 내 갈 길만 가겠다는 대통령과 이 정부가 3년 반 뒤에 어떻게 평가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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