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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5580원… 231만명 그나마도 못 받아

입력
2014.06.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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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70원 인상… 노사 불만

올해도 노사 측은 제 입장만 고수 결국 흥정하듯 공익위원案 수용

위반사업장 많아도 솜방망이 처벌 "고질적 병폐 바로잡아야" 지적

알바노조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휴가철 복장을 한 채 최저임금 1만원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알바노조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휴가철 복장을 한 채 최저임금 1만원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으로 7.1%(370원) 인상된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밤새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2015년도 최저임금을 5,580원으로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인상폭은 지난해(7.2%)와 비슷한 수준이며 월급(주 40시간 근무 기준)은 116만6,220원이다.

당초 노동계는 26.8% 인상한 6,700원을, 경영계는 5,210원 동결을 주장했다. 양측이 4차례 수정안을 제기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27일 오전 5시 공익위원이 7.1% 인상안을 제시하며 표결이 이뤄졌다.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18명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시장서 고등어 흥정하듯… 사회적 합의 필요

최저임금이 시한 내에 의결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지만 물건값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매년 최저임금 논의가 노사 대리전 양상으로 근로자?사용자위원들이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다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공익위원 제안을 수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에도 한국노총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비판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영세 사업장들이 추가적으로 연간 수조원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로 권고한다는 기준이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6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올해 월 108만원)은 평균임금(299만원)의 36%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합의 없이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한다’(최저임금법 4조)는 모호한 기준에 따라 노사간 줄다리기만 반복하고 있다. 재계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7년째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해 왔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5인 이상 상용직 정액급여의 50%로 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저임금 현실화와 제도 개선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제도 개선에 진전은 없다. 올해 초 공개된 고용부의 ‘합리적 최저임금 인상기준 마련 방안 보고서’는 최저임금 기준을 중위임금(임금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의 50%(2011년 기준 93만4,000원)로 제시했는데, 이는 오히려 현재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OECD 권고안을 달성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세워 법규로 명문화하고, 단계적으로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200만명 최저임금 못 받아

최저임금이 준수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은 더 고질적인 문제다. 3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기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임금노동자는 전체 1,839만명의 12.6%인 231만5,000명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근로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적발되지 않고,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정부가 최저임금 준수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다. 고용부의 ‘위반 지도감독 및 신고사건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부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한 6,081건 중 99.7%인 6,063건은 시정조치로 마무리됐고, 과태료 부과(6건) 또는 사법처리(12건)가 된 사례는 0.3%에 그쳤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처럼 최저임금제도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반드시 준수해야 할 사회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최저임금 준수 여부가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순원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제대로 관리할 행정력이 없는 상태”라며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제도 보완을 통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의 상시 감독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 양대 노총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저임금 현실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 양대 노총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저임금 현실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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