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실패가 확정된 27일 아침. 탈락 여파로 인한 아쉬움 반, 희망 고문 해제에 대한 후련함 반씩을 안고 두 남자가 수다 한 판 벌였다.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 두 기자가 벌인 ‘내 멋대로 월드컵 총정리’를 전한다.
#이청용은 왜
H : 박주영도 박주영인데 이청용이 너무 못했어.
K : 그렇지. 측면공격수인데 역습도 크로스도 없고, 슈팅타이밍도 계속 끌었어.
H : 경험도 많은데 왜 그랬지. 자신감도 없고. 평가전 때부터 걱정 좀 됐는데 공격력 수비력 지적 덕분에 피한 느낌도 있지. 막내 손흥민이 부지런했지. ‘조별과제 조장’이라던데?
K : 기성용도 그렇고 '쌍용'칭찬 받을 때의 저돌적인 면이 없어졌어.
#두 얼굴의 팀
H : 알제리전이 두고두고 아쉬워. 잃어버린 45분.
K : 전반 45분만 보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최악의 플레이를 한 팀이 아닌가?
H : 전-후반 완전히 다른 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대체 하프타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K : 후반전만 놓고 보면 2-1로 이긴 거 아냐. 러시아전 이근호 골이랑은 달리 2골 다 짜임새 있게 들어갔고.
H : 그걸 벨기에 전까지 못 끌고 갔네. 열심히는 뛰던데.
K : 벨기에 전은 보란 듯이 한 골 넣고 이겨줬으면 했어. 경기 전엔 골프쳤고, 경기 할 땐 16강 후에 쓸 카드 점검 하는 것 같고.
#브라주카, 네가 뭔데
K : 우리나라 골 먹은 상황이 아쉬워. 브라주카 공략을 못한 거야. 일단 슛 때리고 달려 들어가서 넣어야 되는데 그게 안 됐어. 알제리전 전반에도 슈팅 수 0이었던 이유가,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안 때려서야. 때렸으면 그 다음 기회가 충분히 찾아왔는데.
H : 배짱이 왜 이렇게 없지. 나이 먹으면서 겁이 많아진 건가.
K : 벨기에전 보면서 희망도 간절함도 있었는데, 그걸 압도한 게 답답함이었어.
#이영표, 틀렸다.
H : “좋은 경험이었다”던 홍명보 감독 인터뷰에다 대고 이영표 해설위원이 한 말이 정답. “월드컵은 경험하러 온 자리가 아닌 증명하러 온 자리다”
K : 증명했잖아. ‘이건 아니다’라는 거. 솔직히 자신감 너무 없었어. 이근호 골? 골키퍼 실수도 있었지만, 자신감이 만들어 낸 골이었거든.
H : 모두 다음 월드컵을 기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어. 절실함이 부족해 보였어.
#주인공이 없다
H : 우리 선수 중엔 이번 월드컵이 은퇴 무대가 될 만한 선수가 거의 없었네. 곽태휘 정도?
K : 그러게, 세대교체 선언하고 나온 벨기에도 판바이텐이 있었고, 러시아도 케르자코프가 있었어. 클로제도 있고, 피를로, 부폰도 있고, 크로아티아 올리치, 코트디부아르 드로그바 봐 얼마나 투혼 불살랐어. 투혼 참 아름다웠지.
H : 안타깝다. 우린 굵직한 스토리 하나 안 나오네.
K : 지금 우리 2002월드컵 멤버 한 명도 없던 거지?
H : 마이크 잡고 있지 뭐.
#당신이 있어야 할 곳
#당신이 있어야 할 곳
K : 차두리가 쓴 글에서 대표팀에서 고참들에게 배운 게 많다고 언급했는데, 지금 그 고참급 선수가 없어. 고참급 선수들이 했고.
H : 공감. 사실 차두리도, 김남일도, 박지성도 뛸 욕심 더 부렸으면 어땠을까? 마지막 월드컵 스토리도 썼다면 좋았을 것 같고. 홍 감독 선발도 솔직히 아쉽고. 사실 히딩크 감독도 2002년에 홍 감독 뽑을까 말까 하다가 구심점 역할 맡기면서 뽑았는데….
#뇌 구조 기사를 봤어야지
K : 벨기에전 엔트리에 변화 준 건 어땠다고 봐? 김승규, 김신욱 나이스였잖아. 스페인도 3차전 나간 마타 잘했거든. 욕 먹어야 돼. 선수 활용을 못했어.
H : 감독 스타일이 그래서. 좋게 말하면 고집, 나쁘게 말하면 아집. 고집 부릴 거 끝까지 부리던가. 감독도 그러면서 하나 배운거지.
K : 우리가 짚어 줬잖아. 델 보스케 뇌 구조로.(웃음) 벤치에 있던 선수들 간절함 있었고, 나가서 골로 증명했잖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H : 그나저나 아시아 몰락 어떡하지? 다음에 본선 티켓 배정 줄어드는 거 아닌가.
K : 그럴 리는 없지 않을까? 시장이란 게 있는데.
H : 시장 얘기 나와서 그런데 중국 축구는 정말 미스터리야. 그 많은 인구 중에서 축구 잘하는 23명 뽑은 게 매번 그건가. 이거 나 중학교 때부터 가진 의문인데. 서른 다 됐는데도 안 풀려.
K : 중국 축구 열기는 대단하잖아. 이번에도 월드컵보다 사람도 죽었다면서.
H : 도박판이 또 워낙 커서... 그것 때문에 다 말아먹는건가.
#4년 후에는...4년 뒤까지
H : 4년 후엔 어떨까?
K : 지금 선수들이 실력 유지하면서 성장해 고참급으로 자리 잡고, 이승우나 백승호 같이 유럽 명문 유스클럽에서 성장하는 선수들이 잘 커주면 더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H : 그 때까지 그냥 기다려? K리그도 한 번 돌아 봤으면 해. 언제든 옆에 있잖아. 연고팀 애정 갖고 보면 재밌어. 또 알아? 4년 뒤에 '내 팀'에서 월드컵 대표 선수 하나 나올 지. 한 번 가자!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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