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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호칭

입력
2014.06.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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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알게 된 나이 어린 어떤 여자분이 내게 느닷없이 ‘오빠’라는 호칭을 하는 걸 보고 몹시 겸연쩍어했던 적이 있다. 나는 사람들 간의 호칭에 다소 민감한 편인데 연애를 하는 사이라면 모를까 너무나 쉽게, 아무렇지 않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에게 ‘오빠’나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여자들을 나는 좋아하지도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오빠나 오라버니라는 말을 쉽게 허락하거나, 나이가 많은 여자선배들에게 ‘누나’라는 말을 쉽게 하는 남자들도 나는 그닥 좋게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나무랄 일은 아니다. 자기들끼리 좋다면 아무 문제없는 거니까. 사실 나는 태어나서 오빠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여자들과 연애를 할 때조차도 그렇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어떤 여자애가 내게 오빠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난 그 애에게 정색을 하며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냐’라고 면박을 줬다. 좀 까다롭고 강퍅한 것임에 분명한 이런 성격은 친연성이나 육친의 정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성정의 기저에는 타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가 실망했던 기억이나 상처가 진득하게 고여 있을 것이다. 친밀감을 호칭에 담을 때, 우리는 그것에 맞는 존경과 관심을 상대에게 가질 수 있을까. 오히려 호칭에 대한 오해 때문에 섣불리 친해졌다고 착각하고 기대했다가 실망만 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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