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역삼동 캐피탈타워 23층으로 이사 한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는 곳곳에 튀는 요소들이 배치돼 있다. 우선 출입문부터 범상치 않다. 한국의 전통 가옥 대문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목재 문은 이현정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면 오른쪽에 둥근 북이 나타난다.
사무실에 걸린 북
웬 북? 안내를 맡은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은 “회사 이름에 북이 들어갔으니, 사무실 개소식 때 북을 울리자는 장난 같은 아이디어에 따라 빌려왔는데, 해당업체에서 선물로 줬다”며 “이제는 페이스북코리아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개소식 때 이 북을 울렸다.
북이 걸려 있는 곳은 페이스북코리아의 키친 앞이다. 구글처럼 잘 나가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흔히 그렇듯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무제한 간식이 제공된다. 각종 음료부터 과일 샐러드 초콜릿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물론이고 심지어 와인까지 제공된다. 키친에 마련된 커다란 와인셀러에는 와인이 한 가득 들어 있다. 조 사장은 “따로 시간을 정해 놓은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 먹고 싶을 때 자유롭게 꺼내 먹으면 된다”며 “아침을 거르고 나온 직원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시로 제공되는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 한 켠에는 IT헬퍼의 자리가 따로 있다. 직원들이 다루는 개인용 IT기기부터 공용 사무기기까지 문제가 있거나 작동법을 잘 모르면 IT헬퍼에게 찾아가면 친절하게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
뿐만 아니다. 지급받은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을 교체하고 싶다면 IT헬퍼에게 요청하면 된다. 굳이 고장 나지 않았어도 고사양 PC가 필요하다면 사용 기간에 상관없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IT업체라면 당연한 것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책상
한 층 전체를 파티션 구분 없이 터놓은 사무실로 눈을 돌리면 희한한 광경이 펼쳐진다. 사무실 책상이 모두 서 있는 사람의 배나 가슴 높이까지 올라온다. 그리고 그 앞에서 사람들이 서서 일한다.
앉아서 근무하는 것이 허리에 좋지 않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직원들이 서서 일하도록 배려한 조치다. 조 사장도 서서 일한다.
아무리 건강을 챙겨도 그렇지, 어떻게 하루 종일 서서 일할까. 기자의 질문에 조 사장은 빙긋 웃더니 책상 옆 버튼을 누른다. 자동으로 책상의 높이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원하는 높이로 조절된다. 서서 일하다가 다리 아프면 책상 높이를 낮춰 의자에 앉아서 일하면 된다.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한 페이스북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 사장은 “미국 페이스북 본사도 같은 방식의 책상이 설치돼 직원들이 서서 일한다”며 “마크 저커버그도 서서 일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장의 자리 역시 눈 여겨 볼만하다. 방 구분이나 구획을 따로 정해놓지 않은 페이스북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기 책상 위치를 정할 수 있다. 그런데 하필 조 사장의 자리는 맨 한가운데다. 혹시 전체 직원의 근무 태도를 한 눈에 감시하기 위한 게 아닐까. 조 사장은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정 가운데 자리는 누구나 불편해 한다“며 “그래서 사장이 앉는다”며 웃었다. 주커버그 자리도 마찬가지로 정 가운데라고 한다.
애 엄마는 없지만 수유실은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수유실이다. 직원 중에 아기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앞으로 아기 엄마가 생길지도 몰라서 직원들 건의를 받아 수유실을 마련했다”며 “칩이 장착된 신분증을 접촉해야 문이 열리는데, 남자 직원들은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래를 대비한 장치는 수유실 뿐만이 아니다. 사무실 전체에 빈 책상이 꽤 많다. 결코 작지 않은 캐피탈타워 23층 전체를 쓰지만, 페이스북코리아의 직원은 사장 포함 25명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25명에 그칠 수는 없다. 조 사장은 “앞으로 늘어날 직원에 대비해 사무실 공간을 여유 있게 마련했다”며 “페이스북 직원은 전세계 지사 사무실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방문하는 직원들 자리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룸부터 안마의자까지 ‘직원들을 챙겨라’
커다란 유리창가에는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창턱마다 앉을 수 있는 쿠션이 설치돼 있다. 또 한 켠에는 전동 안마의자가 있고, 한쪽에는 가정용 게임기가 연결된 커다란 TV가 놓인 게임룸이 있다.
한쪽 벽은 서울 전체를 재미있게 그린 그래피티로 장식했으며, 또 다른 벽은 전체가 방명록이다. 페이스북코리아를 찾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남긴 글이 벽을 메우고 있다.
이밖에 입구에 들어서면 직원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포메이션 보드가 있어서, 이름을 입력하면 직원의 위치와 그곳까지 가는 길이 안내된다.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은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업체답게 다수의 의견을 중시하는 민주적 공간이란 점을 실감하게 된다. 사무실 전체에 직원들의 의견이 배어 있으며 직원들을 배려하는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조 사장은 “페이스북은 사무실도 직원들에게 맡긴다”며 “회의실 이름도 모두 직원들이 지었으며, 다양한 장치들에 대한 아이디어도 직원들이 많이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과 사무실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며 “페이스북코리아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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