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측이 비용 20억 부담 250명 대규모 연수
25일 오후 분당서울대병원의 한 수술실. 조석기 교수(흉부외과)가 긴 막대 모양의 흉강경을 이용해 60대 폐암 환자의 오른쪽 폐 윗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파란 눈의 의사 4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조 교수의 손놀림을 지켜 보고 있다. 잠시 후 조 교수가 이들을 불러 환자의 상태, 수술 상황을 설명하자 이들은 궁금한 점을 열심히 묻고 뭔가를 열심히 의논한다. 이들은 평균 경력 15년 이상의 러시아 모스크바 시 보건당국 소속 의사들로 지난주 초 이 병원에 2주 일정의 의료 유학을 왔다.
모스크바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약을 통해 올해 2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의사 250명을 2주일 일정으로 분당서울대병원에 연수 보내고 있다. 지금껏 소규모 연수는 몇 차례 있지만 20억 원 넘는 돈(1인 당 약 1,000만원)을 받고 대규모 인원의 연수를 유치한 건 분당서울대병원이 처음이다.
특히 그 동안 모스크바시는 독일 스위스 이스라엘 등에 1년에 150명 규모로 1주일 짜리 연수를 보냈지만, 이번에는 기간과 인원을 크게 늘렸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흉부외과 교수)은 “시 당국에서 여러 차례 실사를 왔고 전자차트 시스템과 복강경, 흉강경 등 최소절개수술 등 우리 시스템을 면밀히 따져봤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수 온 17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40명이 분당을 찾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러시아 연수생 유치는 ‘영향력 있는 의사들을 가르쳐 이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자’는 ‘3T(Teach The Teahcer)’ 전략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 국내 병원들이나 의료업계에서는 주로 해외 환자 유치, 병원 수출 사업 위주로 의료 수출을 진행했지만, 현지 사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대부분 양해각서(MOU) 수준에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전 교수는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의사들이 여기서 배운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하면 더 많은 의사들에게 우리 기술이 알려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병원의 행정, 전산 관리, 물류 등 갖가지 시스템도 접하고 가기 때문에 앞으로 병원 시스템 수출, 해외 환자 유치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수를 받고 있는 의사 브세볼로드 트루소프(46)씨는 “의료진이이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고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 수술 받고 회복 하는 과정이 잘 돼 있어 입원 기간이 굉장히 짧아 놀랐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귀한 손님’ 모시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개인 별 수준에 맞춰 3단계로 나눠 교수와 일대일 멘토 시스템을 통해 밀착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수술을 위해 크게 절개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러시아와 달리 최소로 절개하고도 수술을 진행하는 복강경, 흉강경 수술이 가장 인기가 많은데, 충북 오창 동물시뮬레이션센터에 데려가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 교수는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1,2차 연수 의사들을 만났는데 벌써 3명이 여기서 배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당국에서도 연수생을 보내고 싶다고 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앞으로 화상시스템을 통해 연수 후에도 화상컨퍼런스를 통해, 환자 상담도 하고 환자를 한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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