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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M&A 행진에 제동

입력
2014.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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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화장품업체 인수 포기

차석용 부회장 입지 주목

차석용 부회장
차석용 부회장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던 LG생활건강 차석용(사진) 부회장의 M&A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LG생활건강은 26일 미국 화장품브랜드 엘리자베스아덴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LG생건은 엘리자베스아덴의 급격한 수익성 악화에 따라 지난 23일 엘리자베스아덴 이사회가 인력 구조조정, 일부 해외법인 철수 등을 발표하면서 인수작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고 인수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차 부회장은 최근 둔화하고 있는 실적에 뚜렷한 M&A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퇴진설까지 나돌던 상황이어서 1조원대 규모의 엘리자베스아덴 M&A 인수 포기로 차 부회장의 입지에 변화가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업계에서는 엘리자베스아덴 인수에 관심이 컸다. 100년 역사의 엘리자베스아덴은 120여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 그간 차 부회장이 진행해온 M&A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컸고, 아시아 지역 매출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미주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LG생건 대표로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총 12건의 M&A를 시행하면서 LG생건을 키웠다. 2007년 10월 코카콜라음료,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을 인수한 데 이어 2010년 브랜드숍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색조 화장품 브랜드 바이올렛드림(옛 보브),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 지난해 일본 화장품 업체 에버라이프, 더페이스샵 싱가포르 판매법인 TFS 싱가포르, 영진약품 드링크 사업, 올해 건강기능식품 판매계열사 R&Y코퍼레이션 등을 인수했다. 결과 2005년 1조392억원, 영업이익 717억원이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4조3,262억원, 영업이익 4,964억원으로 늘며 ‘차석용 효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올 들어 차 회장의 입지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먼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해보다 12%감소했다. 이어 차 부회장이 지난달 20일, 이달 2일, 3일에 3번에 걸쳐 본인 소유의 LG생건 보통주 2만2,000주를 매도했고, 최근 열흘간 주가는 20%가까이 빠졌다. CEO가 주식을 대량 처분해 주가를 폭락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 초 차 부회장이 코카콜라음료와 더페이스샵 대표에서 물러난 데 이은 주식매각이어서 차 부회장이 LG생건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회사 측은 “엘리자베스아덴 인수로 기대되는 순이익보다 구조조정비용이 1.5배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해 인수를 접은 것”이라며 “차 부회장의 거취도 본인이 2017년까지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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