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A고교에서 2학년생이 속칭 ‘얼차려’로 불리는 간접체벌을 받다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고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된 일이 벌어졌다. 교사는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 등 8명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800회’를 강요했고, 한 학생이 지쳐 속도가 느려지자 연대책임까지 물어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가혹한 체벌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올 3월 전남 순천의 고교에선 학생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벽에 머리를 찧는 벌을 받고 22일 만에 숨졌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는 중학교 운동부 코치가 학생을 때려 숨지게 했고, 경남 함안에서는 여고생이 교사에게 뺨을 맞아 실명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A고교 사례는 직접체벌만이 아니라 그 동안 훈육으로 묵인돼온 간접체벌의 폐해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간접체벌은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행위를 학생 스스로 하게 강요한다는 점에서 이중인권침해라고 인권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간접체벌은 대개 직접체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실제로 순천 사고가 그런 경우이고, A고교에서도 직접체벌 역시 공공연히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체벌은 수단이 무엇이든 폭력이자 범죄 행위다. 2006년 발표된 유엔 아동폭력연구의 결론은 ‘그 어떤 아동폭력도 정당화할 수 없다. 모든 아동폭력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체벌금지기구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학교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129개국, 가정을 포함해 체벌을 전면 금지한 나라도 37개국에 이른다. ‘아동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벗으려면 학생인권 문제를 이념갈등으로 몰아 온 교육 당국부터 각성해야 한다. ‘체벌=폭력’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체벌을 대체할 훈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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