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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동학지도자의 유해

입력
2014.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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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일본 홋카이도대학 표본 창고에서 6점의 두개골이 발견됐다. 오랫동안 책장 위에 방치돼있던 상자를 열어보니 헌 신문지에 싸인 유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하나에는 ‘동학군 수괴의 수급(머리)’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다. 옆에 놓여진 쪽지에는 ‘전남 진도는 동학당이 가장 창궐했던 곳으로 그 무리 수백명을 죽여 시체가 길을 가로막을 정도였는데 이 유골은 그때 효수한 수괴의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사토 마사지로라는 이름이 담겨있었다.

▦ 유골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사토는 홋카이도대학 출신으로 조선에서 통감부 하급관리로 일했다. 당시 홋카이도대학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조상은 동일하다는 일선동조론 등 식민지학과 인종론의 본산이었다. 조선인의 인골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상당수였다. 사토는 모교의 연구에 보탬을 주고자 진도 시찰 중 그때까지 매장되지 않고 남아있던 유골을 수습해 대학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에서 즉각 유골의 봉환을 요구했고, 홋카이도대학도 사죄의 의미에서 이를 수용해 이듬해인 1996년 국내에 돌아왔다. 수년 간의 조사에도 정확한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역사학계에서는 진도의 농학지도자 박중진(朴仲辰ㆍ1848~1894)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농민군을 이끌고 관아를 공격하다 일본군과 관군에 체포돼 처형됐다. 집은 불태워졌고 후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족보에는 ‘종족 가산 피해 막심’이라고 기록돼있다.

▦ 그 동안 안장할 장소를 찾지 못해 전주역사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20년 가까이 방치돼왔던 유골이 동학혁명 전적지인 황토현에 안치된다. 전북 정읍시에 있는 황토현은 농민군이 관군을 대파했던 곳으로 유골은 오는 11월 전적지 내 갑오동학혁명기념탑과 전봉준 장군 동상이 있는 산자락에 안장될 예정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지난달 “세간의 무관심으로 동학군 장군의 유골을 방치한 행위는 우리 시대의 수치”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유골을 안장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뒤늦게나마 안식처를 찾게 돼 다행스럽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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