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동이 김민정 인터뷰
서바이벌 요리프로그램으로 비유해보자. 참가자들이 다양한 쌀을 가지고 밥을 짓는다. 누구는 햅쌀을, 누구는 찹쌀을 섞고, 어떤 이는 잡곡을 넣어 밥을 지어낸다. 그런데 배우 김민정은 오래 묵은 쌀을 받았다. 제 아무리 손맛 좋은 요리사라도 묵은 쌀로 맛난 밥을 짓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김민정은 입 안에서 맛이 도는 한술 또 뜨고 싶은 밥을 맛깔나게 지어냈다. 종영드라마 갑동이에서 연기한 ‘오마리아’를 말이다.
마리아는 쇄살인범죄 피해자이고 범인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한편으로는 치료감호소 정신과 수련의다. 사건의 직접 당사자이자 사건을 대면해야하는 이중 고통에 시달렸다. 김민정은 “해석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맡은데 대해 권음미 작가도 마리아의 캐릭터가 갑동이에서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였던 점을 인정했다. 연기할 때 피해자로서의 마음과 제3자인 의사로서의 마음 간극이 크지 않도록 염두했다”고 설명했다.
데뷔 25년차 배우 김민정에게도 녹록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마리아는 누가 조언할 수 있던 캐릭터가 아니었다. 김민정은 “줄타기를 잘 해야 해서 현장에서 틈날 때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실 최고로 만족할 연기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할 말도 많았을까. 두 세시간 수면이 일상이었던 빠듯한 일정에도 소속사에 먼저 인터뷰를 요청했다. 예전 같으면 종영 후 쉬기 바빴을 테지만 갑동이의 팬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20대 때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갑동이를 그 시기에 만났다면 종영 후 곧바로 잠수를 탔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드라마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김민정은 “마리아를 설명하고 싶었다. 이중적인 모습,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이걸 영상으로 잘 전달하고 있는지 말이다”고 덧붙였다.
피곤함을 호소하는 김민정은 인터뷰 직전 새벽까지 안성기, 김희애, 김하늘, 김강우, 이윤지, 발레리나 김주원 등과 교황의 방한을 축하하는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모태신자 김민정으로서 마다할 일이 아니기에 갑동이를 채 내려놓기도 전에 손을 거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알현할 기회도 얻었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촬영 직전에는 또 무려 16km의 비오는 거리를 걸으며 ‘힐링’했다. 갑동이에서 알게 모르게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됐다. 홀로 즐기는 취미는 오롯이 원하는 바를 얻기 때문이다. 김민정은 “여성스러운 취미가 있을 거라 예상하지만 등산을 가장 좋아해 자주 산에 간다. 아웃모델 모델도 등산을 좋아해 발탁됐다. 산을 걸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말했다.
김민정은 되도록 휴식기를 짧게 가지고 차기작을 정할 생각이다. 사랑스럽고, 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 가벼운 취향을 하고 싶다. 또는 마리아가 연쇄살인범들을 만나는 갑동이의 스핀오프라든가.
이현아기자 lalala@hksp.krㆍ사진=더좋은ENT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