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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의 원류 세운상가의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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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의 원류 세운상가의 희망 찾기

입력
2014.06.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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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계·전자 주도 지금은 활력 잃고 쇠락

창업 도우미로 변신 비운의 우주인 고산씨

"30~40년 외길 장인들의 전문성·숙련도 활용 땐 제조업 메카 부활 확신"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세운상가 사무실에서 자신이 직접 3D프린터로 제작한 조형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세운상가 사무실에서 자신이 직접 3D프린터로 제작한 조형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인공호흡이라도 해서 반드시 살려내야 합니다. 이 좋은 인프라를 허무하게 죽인다는 게 말이 되나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연신 안타깝다고 했다. 엉뚱한 삽질로 아까운 시간을 보냈던 탓에, 비옥한 환경이 거칠고 메마른 황무지로 변해가는 현실 때문이다. ‘비운의 우주인’으로 잘 알려진 고산(39)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를 세운상가 5층의 사무실에서 만나 들어본 이 곳 사정은 다급해 보였다. 2007년 한국인 최초 우주인을 꿈꾸다 좌절된 그는 지난 2011년12월 세운상가에 비영리 기술 창업 컨설팅 업체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열고 창업 도우미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그가 이 곳에 정착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스갯소리였지만 한 때 세운상가 한 바퀴만 돌면 미사일은 물론이고 잠수함에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그 만큼, 이 곳에선 못 구하는 부품은 없었단 얘기죠. 창업에 이 만한 곳을 찾기도 힘듭니다.”

그의 설명처럼 세운상가는 한국 산업화의 기수였다. 1968년 우리나라 최초 주상 복합상가로 문을 연 세운상가에선 기계나 금속은 물론이고 전기와 전자 및 조명, 페인트, 건설기자재 부품 등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했다. 오늘날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전자 산업 분야의 기초 체력도 이 곳에서 단련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정책적 논리에 내몰린 밀어붙이기식 재개발의 덫에 걸리면서 세운상가는 휘청거렸고 활력도 잃었다. 여기에 문화재청이 세계 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 보호를 이유로 재개발 신축 건물 높이까지 제한하자, 사업 추진 동력은 더 떨어졌다. 그 사이, 세운상가 상권 또한 급격히 쇠락했다. 이 바람에 오랫동안 쌓아왔던 세운상가만의 노하우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운상가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보전돼야 한다는 고 대표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세운상가에선 웬만한 부품은 모두 생산에서부터 도ㆍ소매는 물론 배송까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게다가 30, 40년간 전기나 전자 사업 분야에 종사해 온 숙련된 장인들 쉽게 만나 다양한 창업 아이템에 대한 의견까지 나눌 수 있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인이다. 고 대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부품 유통상들이말로 창업자들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멘토들”이라며 “다양한 창업 아이템까지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세운상가만의 특혜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상가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3차원(3D) 프린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올해 구글이 홈 네트워크 업체인 네스트를, 페이스북이 가상 현실 기반의 헤드셋 기업인 오큘러스를 각각 수 조원대에 사들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서 다시 제조업이 중심에서는 새로운 메가 트랜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오은지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교육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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