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첫 월드컵은 조별리그 탈락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감격적인 1승을 거두고 아름다운 첫 번째 도전을 마무리했다.
보스니아는 26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란을 3-1로 꺾었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 진출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거둔 뜻 깊은 첫 승리다.
보스니아의 출발은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지난 16일 강호 아르헨티나를 맞아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갔으나 1-2로 분패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수비수 세아드 콜라시나치(샬케04)가 공을 잘못 건드려 자책골을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22일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심판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 21분 전진 패스를 받은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골을 터뜨렸지만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러나 느린 화면으로 볼 때 제코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멀쩡한 골을 억울하게 강탈당한 것이다.
실점 상황도 개운치 않았다. 나이지리아의 이매뉴얼 에메니케(페네르바체)는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들 때 보스니아의 수비수 에미르 스파히치(레버쿠젠)에게 손을 사용한 핸드볼 파울을 범했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보스니아는 0-1로 졌고 16강의 꿈도 사라졌다.
제코는 당시의 억울함을 이란전에서 풀었다. 전반 23분 페널티구역 뒤쪽에서 강력한 땅볼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보스니아 간판 골잡이지만 이전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제코는 이날 쏘아 올린 월드컵 데뷔 골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미랄렘 퍄니치(AS로마)와 아브디야 브르샤예비치(하이두크)까지 가세해 총 3골을 넣으면서 보스니아는 그 동안 쌓였던 한을 쏟아냈다. 또 그동안 1무4패로 열세에 그친 이란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두는 기쁨까지 누렸다.
2010년부터 보스니아 지휘봉을 잡고 첫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사페트 수시치 감독은 “이란이 승리를 원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한테도 승리는 중요했다”며 “고개를 들고 집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는 했지만 지금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16강이 가능했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보스니아 폭격기’ 제코 역시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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