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억 들인 우주인 사업 1회성으로… 먹튀"
"의무기간 이미 종료… 개인 선택 존중해야"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인 사업을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퇴사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되돌아갈 것을 고려 중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실제로 항우연을 퇴사하기로 최종 결정한다고 해도 한국 첫 우주인이 사라지거나 이 타이틀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누리꾼은 이씨가 2008년 4월 우주에 다녀온 뒤 4년여가 지난 2012년 8월 항우연을 휴직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다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했을 때도 ‘먹튀’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어 이씨가 항우연까지 퇴사하면 약 260억원을 들인 우주인 배출 사업은 결국 1회용에 그치게 됐다는 것이다. 거액을 투자한 우주인 배출에 대해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누리꾼들의 지적처럼 이씨의 행보에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그러나 항우연 관계자는 “이씨가 우주관련 분야에서 계속 활동하면 더욱 좋겠지만, 우주인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다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줄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서 2007년 2월 항우연에 입사했고, 우주비행 후 2년간의 의무 복무기간은 2010년 4월 완료했다. ‘한국 우주인 관리지침’ 제2조에 따르면 의무활동기간은 최종 후보자의 선발로부터 우주인이 우주로부터 귀환한 날 또는 우주인 귀환 예정일 중 후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를 말한다. 의무활동기간 이후에도 2012년까지 이씨는 관련 학술대회 발표나 논문 게재, 강연이나 행사 참여 등의 홍보 활동을 계속했다. 이씨가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해온 실험결과들은 현재 기록으로 남아 다른 연구자들이 후속 연구자료로 이용하고 있다.
우주인이 되면 평생 우주인으로 살며 유관 분야에 종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외국 우주인 중에도 우주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1995년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비행사가 된 뒤 1999년 첫 여성 선장까지 지낸 에일린 콜린스는 2006년까지 활동하고 개인적 관심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금융회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의사 출신 우주인 로버트 새처는 2004~2011년 우주 관련 활동을 하다 의사로 복직해 휴스턴의 한 암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 최초 우주인 헬렌 셔먼도 1991년 우주비행 후 방송 출연 등의 활동을 하다 1990년대 말 통신회사에 취업하면서 우주인 활동을 종료했다.
이씨의 항우연 퇴사가 곧바로 우주인으로서의 활동 종료로 이어질 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거액을 투자한 만큼 항우연과 정부는 우주인의 경험과 우주에서의 연구 내용이 우리 과학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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