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스포츠 주종목 농구→골프로 변경 민주당 텃밭서 정치자금 후원 1석2조 효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말고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캘리포니아 주다. 2009년 1월 취임 이후 5년 5개월 동안 40일 이상을 캘리포니아에서 머물렀다. 서부 출신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돈과 골프 때문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선 마음껏 정치자금을 모으고 골프를 칠 수 있다. 지난 주 캘리포니아를 다녀온 오바마 대통령이 7월에 다시 방문 계획을 잡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정치자금 모금장소가 대통령의 스캔들을 다뤄 인기를 끄는 드라마 ‘스캔들’의 제작자인 숀다 라임의 로스앤젤레스 저택인데다,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 케리 워싱턴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드라마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인 역할을 하는 케리 워싱턴이 현실 속 대통령인 오바마와 사진을 찍게 되면 대중의 묘한 상상력을 자극할 법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끌어 모을 돈의 규모는 자리값으로 추정할 수 있다. 펀드레이징 행사에 단순 참석을 하려면 1,000~5,000달러가 필요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주관하는 리셉션에 참가해 그와 사진을 찍고 싶다면 1만~2만달러짜리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사진 촬영을 하면서 같은 룸에서 식사를 하려면 2만달러가 필요하다. 또 이날 행사 초청자 명단 가운데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면 3만2,400달러를 내야 한다. 어림잡아도 최소 수십만 달러 이상의 돈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나치다고 할 만큼 빠져 있다. 스포츠광인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주종목을 농구에서 골프로 바꿨는데, 거의 1주일에 한번 꼴로 주말에 골프장을 찾는다. 요즘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을 베어(곰)에 비유하며 평일에도 자주 백악관을 탈출해 워싱턴 시내에서 점심을 할 정도로 백악관 일상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의 골프가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캘리포니아 방문 때는 이라크에서 수니파 무장반군 문제가 터졌는데도 작년 6월 미중정상회담이 열린 서니랜드의 랜초 미라지 골프장을 찾았다. 그 다음날 수니파 무장반군이 이라크 정부군 집단처형을 발표했을 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랜초 미라지의 다른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서니랜드가 사막 날씨여서 골프를 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애착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오바마 대통령은 7월 캘리포니아 방문 때도 골프장을 찾을게 분명하다는 관측이다.
이쯤 되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나 밀뱅크는 “오바마가 겁도 없이 골프를 친다”며 그의 정치를 골프 실력에 비유하면 보기(bogey)플레이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177차례 골프를 쳤는데, 이는 전임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4차례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 횟수다. 미국에서 골프가 대중적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운동에 속해 골프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 집착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사람들이 많은 셈이다.
요즘 미국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말이 ‘아웃 오브 터치(Out of touch)’다. 정치인들이 어떤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거나 파악하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소통부재 현상을 말한이다. 한마디로 번역하면 불통(不通)인 셈인데 최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신은 진짜 부자와 다르다며 자신의 부(富)에 대해 해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 역시 서민들 생각은 하지 않는 점에서 진짜 부자와 다를 바 없는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도 단순 레저를 벗어나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웃 오브 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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