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과 일본 중심의 국제 금융시장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중국의 계획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25일 다자간 국제은행인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 설립 자본금의 자기 지분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B),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맞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은행 설립을 지난해 천명한 후 나온 가장 공격적인 계획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AIIB의 자본금을 당초의 500억달러(51조원)에서 1,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 중국은 또 올해 연말 출범을 목표로 하는 AIIB의 가입 예정국들과 접촉해 자본금 확대 계획을 제의했으며, 10여개 국과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현재까지 중동을 비롯해 세계 22개 국가들이 중국의 AIIB 설립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IB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동남아 순방 중 제안했다.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금융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AIIB 설립 자금은 베이징과 이라크 바그다드를 직접 연결하는 철도 건설 등 구역 내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쓰일 예정이다.
중국이 제안한 AIIB 자본금 1,000억 달러는 ADB(1,650억 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ADB 67개 회원국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15.7%)과 미국(15.6%)이다. 중국의 지분율은 5.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ADB 총재직은 1966년 창설 이후 계속 일본인이 맡아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세계 국제기구들로부터 이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강한 영향력 아래 제대로 의견을 펼치지도 못했다고 불만을 품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IIB 창설로 국제 금융질서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ADB와 이를 이끄는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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