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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터미널 화재 참사 한 달 지났는데… 사과 한마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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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터미널 화재 참사 한 달 지났는데… 사과 한마디 없어요"

입력
2014.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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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잃은 신수진씨의 울분

기업들 보상문제에만 관심 고양시에 면담 요구했지만 "시장에 억지 요구 않겠다" 유족 확인 받고 나서야 성사 "우리는 진심 어린 사과 기다리는 것"

지난해 신태훈씨가 딸 수진씨 생일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유족제공
지난해 신태훈씨가 딸 수진씨 생일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유족제공

지난 5월25일 아침 경기 고양에 사는 신수진(26)씨는 울산으로 떠나려는 아버지 신태훈(57)씨에게 무작정 매달렸다. 울산에서 플라스틱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매주 월요일 고양 집을 떠나 주말에 돌아오는 객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신씨는 그런 아버지가 며칠 남지 않은 생일까지라도 집에서 함께 지내길 바랐다. 아버지는 “금방 올게”라며 잔뜩 뿔난 딸을 달래 출근시켰다.

하지만 그날 오후 울산에 있어야 할 아버지는 새까만 그을음을 뒤집어 쓴 차가운 시신으로 경기 일산병원에서 딸을 맞았다.

수진씨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참사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그동안 울산으로 가는데 KTX나 승용차를 이용했던 아버지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신씨는 “아빠가 교통비를 아껴보겠다며 그날 처음 터미널에 가셨다고 하더라”며 “엄마는 오전 9시 5분쯤 아빠에게 온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해 크게 괴로워하신다”고 말했다.

가장을 잃은 신씨 가족이 마주한 세상은 잔인했다.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하며 생긴 빚 4억5,000만원이 고스란히 남았다. 남은 가족들은 빚 청산을 위해 아버지 신씨가 15년 넘게 일궈온 플라스틱 제조공장을 처분해야 했다.

신씨는 가족을 잃은 슬픔 못지 않게 고양시와 CJ푸드빌 등 화재참사에 직간접적 책임 있는 7개 기업의 무성의함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신씨를 비롯한 참사 피해자ㆍ희생자 가족들(이하 가족들)은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던 고양시가 사고원인 파악과 사후관리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신씨는 “고양시는 가족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나서서 하는 일이 없다”며 “심지어 고양시에서는 가족들이 직접 나서 CJ푸드빌 등을 압박하는 것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권유까지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CJ푸드빌 등 기업들이 위로나 사과 없이 보상 문제 해결에만 열을 올리는 것에 분노했다. 신씨는 “기업 경영진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정작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의 위로와 사과를 들은 적이 없다”며 “CJ푸드빌 측 손해사정사가 다짜고짜 ‘보상금 받으려면 서류 준비해 제출해라’며 전화를 걸어온 것이 유일한 통화”라고 말했다. ‘사과부터 하라’는 가족들의 항의는 ‘기업들의 노력에도 가족들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언론보도로 이어졌고, 신씨는 “마치 우리가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알려졌다”며 억울해 했다.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 등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가족 대표, 기업 관계자, 고양시장의 3자 대면을 요구했다. 25일 저녁 면담이 성사됐지만 가족들은 또 한번 상처받았다. 신씨는 “고양시쪽에서 ‘가족들이 시장에게 억지 요구를 할 생각이라면 불참하겠다’고 하더라”며 “억지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수 차례 받고 나서야 면담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신씨는 현재 자신의 팔 다리가 그을음에 뒤덮인 것처럼 보이거나 갑자기 유독가스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끼는 등의 심리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벌써 사고 발생 한 달째”라며 “우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를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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