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 시사한 최경환 발언에 우려 표명 KDI도 "신중을 기해야"
국내외 기관들이 잇따라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이 한계선상에 도달한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꾀하려다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을 터트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5일 보고서를 통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시사하면서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촉매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 비율을 더 높이고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악화시켜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160%를 초과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 정부가 자산건전성에 대한 위험을 키우지 않으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영일 KDI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관리체계의 설계방향’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5%에 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말 기준 85.6%까지 달하는 데다 부채 증가 속도 역시 소득보다 빠르다”며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전형적인 부채가구는 유동성이 지극히 낮은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성과 짧은 만기의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큰 부채구성을 보이고 있어 주요 선진국의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며 “대출 문턱을 낮추기 보다 부채상환능력 제고와 사회안전망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지금의 부동산 대출규제를 ‘한겨울의 여름옷’에 비유하며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LTV와 DTI 완화를 예고한 바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그 동안 가계부채 악화를 이유로 규제 완화에 반대해오다 지난 주 “LTV·DTI를 합리적 조정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3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024조8,000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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