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이라크 공략 집중하며 병력·무기 이라크로 이동 시리아 반군세력 대항 약해져 아사드·ISIS 둘 다 반대하는 美 외교는 딜레마에 처해 美고문단, 이라크 활동 시작
이라크 사태로 속으로 웃고 있는 나라가 있다. 시리아다.
이라크 서북부를 장악한 수니파 과격 무장세력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까지 세력을 두는 조직이다. 시리아에서 이 조직은 서구에 세습 독재자로 낙인 찍힌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대항하는 시리아 반군의 일부였다. 이 조직이 이라크 공략에 열중해 시리아에서 조직원들을 데려가면서 반군 세력의 대항이 약해지고 있다.
반대로 이 틈을 타 아사드의 반군 공략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은 지난 15일부터 이틀에 걸쳐 북부 라카와 거기서 서쪽으로 150㎞ 떨어진 알레포를 각각 공습했다. 라카는 ISIS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드 정권은 이라크 공격을 위해 ISIS가 병력이나 무기를 이라크로 공급하고 있어 시리아내 반군 세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리아 반군들은 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며 자신들에 우호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지원을 받아왔다. 자금 지원의 일부가 ISIS로 흘러 들어가 이라크가 내전 상황까지 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 등은 시리아 반군 대표 조직으로 ‘시리아 국민연합’과 그와 연계된 무장 조직인 ‘자유 시리아군’만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 정부군에 비해 열세인 무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미국 등에 지원을 요구해왔고 미국은 이들에 비살상용 군수품을 지원해왔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외교가 처한 딜레마와 이 지역을 둘러싼 주요국의 이해 관계가 얼마나 뒤엉켜있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반군의 일부로 활동하는 ISIS 역시 반대하고 있다. 고민 끝에 나온 선택지가 군사적인 수단은 마지막까지 보류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미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 개입 보다 시리아 정권이 신고한 화학무기를 시리아 밖으로 반출해 폐기하는 외교적 해결책을 추진했다. 이라크 사태 이후 ISIS를 타깃으로 한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 주장이 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신중하다.
일본의 중동전문가 다카오카 유타카 중동조사회 선임연구원은 “주요국의 시리아 내전 대응은 처음부터 모순”이라며 “ISIS는 이라크에서 사람을 죽이면 테러리스트지만 시리아에서 반군으로 활약하면 칭찬 받고 자금까지 얻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 사태의 본질은 종파 대립이 아니다”며 “어떤 정치세력도 단독으로 안정 다수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 외부 세력에 기대 세력을 넓히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라크는 지금으로서는 국가의 일체성을 잃고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처럼 다양한 과격세력의 온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유럽이 중동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이라크)안정은 없다”며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대테러전의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라도 미국과 유럽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영향력을 가진 이란과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이란과 아사드 정권을 지역질서를 유지하는 주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라크 정부군의 병력 모집 및 훈련, 정보 수집과 분석 등의 지원을 위해 파견된 미군 고문단이 24일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고문단은 전투임무를 맡지는 않는다며 이라크군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라크 서부와 북부를 점령한 ISIS의 활동으로 이라크 정세가 급변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약 40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며 이들 업무에 대한 결과물이 2, 3주 안에 보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바그다드에 합동작전센터를 설립할 90명이 추가로 도착했고 또 다른 50명이 며칠 내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ISIS의 공격 이후 이달 들어서만 이라크 전역에서 1,075명이 숨졌으며 이들 대부분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루퍼트 콜빌 대변인은 “(이 수치는)최소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와 별도로 같은 기간 수도 바그다드와 이라크 남부에서 적어도 6건의 차량 폭탄 테러로 318명이 숨지고 590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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