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기차여행이 지겹다면 강릉-삼척 바다열차로
정동진 기차여행은 산과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청량리에서 밤 11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는 정동진역에 새벽 4시 28분에 도착한다. 요즘 해가 뜨는 시간이 5시쯤이니 일출여행에 제격이다. 하지만 하루 5차례 운행하는 강릉행 열차는 정동진까지만 5시간 넘게 걸린다. 장시간 기차여행이 지겹다면 강릉-삼척구간을 왕복하는 바다열차를 타 볼만 하다.
2007년부터 운행해 지난해 8월까지 75만명이 넘게 이용한 바다열차는 올해 1월 객차를 새로 단장했다. 가족석과 이벤트석으로 구성된 3호 칸 외에는 바다쪽으로 2열 극장식 좌석이 배치돼 있다. 바다열차라고 해서 전 구간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추암역을 지날 때는 올망졸망 어촌풍경을, 묵호역 부근에선 다닥다닥 산동네 풍경을 보는 것도 바다열차의 즐거움이다. 방송으로 진행하는 게임과 신청곡을 즐기다 보면 느린 바다열차의 1시간 20분이 짧게만 느껴진다. 강릉과 삼척에서 하루 두 차례 출발하고, 주말에는 각 1편씩 추가 운행한다. 대표전화 033-573-5474, 홈페이지 http://www.seatrain.c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정동진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될 레일바이크
올 여름 정동진역에는 즐길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8월 운행 예정인 레일바이크다. 전국 12군데 레일바이크 중 바다에 가장 근접해 있다. 또 다른 점은 폐선부지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동해선 선로 바로 옆에 나란히 복선선로를 새로 깔았다는 것이다. 정동진역을 중심으로 남북 왕복 5km을 50대의 레일바이크가 하루 9차례 운행한다. 손과 발을 함께 사용해 운전할 수 있고, 전동운행 기능이 있어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정동진역과 모래시계공원 매표소에서 현장 구매, 또는 홈페이지 http://www.sunbike.kr 에서 예매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노추산 모정탑
전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3,000여 개의 돌탑을 쌓은 주인공은 차옥순 할머니, 세상을 뜬지 불과 3년이다. 노추산 돌탑이 특별한 이유는 한 여인의 정성과 인생이 고스란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와 4남매를 둔 차 할머니는 아들 둘을 잃고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는 불운을 겪는다.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돌탑 3천 개를 쌓으면 우환이 없어진다는 계시를 내린다. 자녀와 가족의 안녕을 위해 돌탑을 쌓을 자리를 찾아 들어온 곳이 이곳 노추산, 이때부터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1986년의 일이다. 마을 주민들이 세어본 결과로는 26년 동안 쌓은 돌탑이 3,000개가 넘는다. 또 다시 자식을 잃지 않으려는 어미의 간절한 소망이 쌓여 모정탑(母情塔)이 된 것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돌탑은 축제기간에 쌓은 탑이다. 모정탑까지는 약 1km, 잘 가꿔진 소나무 숲길을 따라 부담없이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노추산 돌탑은 지금도 방문객들에 의해 계속 쌓이고 있다. 모정탑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강릉=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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