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과 필리핀의 관계가 밀착되고 있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칫 아시아의 왕따로 전락해 포위되는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우려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5일 “일본과 필리핀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란 명목으로 실제로는 나쁜 물이 들어 한 패거리로 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장샤오팡(張曉芳) 중국국제문제연구소 국제전략연구부 부주임이 쓴 이 기고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24일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가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장 부주임은 “아베 총리와 아키노 대통령이 마치 금슬 좋은 부부처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한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며 “그러나 일본이 평화헌법의 수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회동은 결국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새로운 우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20여분간의 양국 정상 비밀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입장을 옹호했고, 아키노 대통령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와 무기 수출 확대 등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키노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집단 자위권의 영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우호관계의 나라들은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고 답했다. 중국 매체들은 특히 필리핀이 10척의 순시함을 제공해 줄 것을 일본측에 요청하고, 일본은 이를 수락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이처럼 중국이 일본과 필리핀의 밀착을 예민하게 보고 비판하고 있는 것은 두 나라 모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이 치열하다. 더구나 일본은 미국과 동맹 관계이고 최근에는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재균형 정책을 중국 봉쇄책으로 이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일본과 필리핀의 연대가 반가울 수 없다.
특히 필리핀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 베트남과도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베트남도 남중국해 파라셀(중국명 시사)군도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소리방송(VOV) 등은 이날 도 바 띠 국방차관이 전날 하노이를 방문한 엠마누엘 바우티스타 필리핀 참모총장과 만나 인적 교류와 해군 함정의 교환 방문 등 상호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서로 연대를 모색해 함께 대항하는 형국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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