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론적 언급만 '신중'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2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윌리엄 번스 부장관을 만나 일본 정부의 고노(河野)담화 검증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조 차관은 번스 부장관과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포함해 일본의 과거사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논의했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한미 현안과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외교 결례까지 범하며 고노담화를 왜곡 검증한 사실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스 부장관은 일본 정부가 무라야마(村山)담화와 고노담화를 계승하는 것이 이웃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중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을 한국 측에 부각시킨 것으로, 한일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신중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도 논평을 통해 “한미, 지역, 글로벌 차원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생산적 대화를 했으며 북한 비핵화 노력을 위해 미국은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일본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조 차관은 한미 양국의 차관급 전략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방미했다. 이날 회담은 7월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앞둔 것이어서, 중국 관련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 차관은 25일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등 의회 지도자들을 예방해 한일 갈등에 대한 한국 입장을 설명하고, 토니 블링큰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도 만났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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