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직원 사기 진작' 활발
현대 百 전 직원 대상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롯데·갤러리아·신세계도 콘서트·템플스테이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감정노동 수당이 이슈로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근무하던 A(48)씨는 고객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초 회사를 관뒀다. 사건의 발단은 고객 1명이 물건을 계산하고 다시 매장에 다른 물건을 사러 들어갔는데 보안요원이 구입확인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상황이라 A씨는 업무 매뉴얼에 따라 “영수증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본 것. 그 고객은 “고객을 거지로 아냐”며 반말과 욕설, 고성으로 소란을 피웠다. 중간 관리자가 나와 달랬지만, 고객이 누그러지지 않자 이 관리자가 A씨에게 사과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회사와 노조가 고객에 의한 폭언, 폭행 발생 시 상위 책임자가 응대하고, 2차 대면은 원친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 A씨는 며칠을 고민하다 퇴사했다.
수많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유통업계의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감정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확산되고는 있지만 근무여건 개선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등 직원 기를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감정노동 수당 도입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 1월 ‘노사는 조합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올해 단체협약에 넣었다. 홈플러스 노조는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한 만큼 월 5만원의 수당 도입을 회사 측에 요구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부터 ‘블랙컨슈머 대응법’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이마트 노조는 더 나아가 회사 측에 ‘감정노동 가치 인정 및 고객 응대 매뉴얼 작성’을 단체협약에 반영해 줄 것과 6만원의 감정노동 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0일부터 10개 점포에서 2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매장 매니저, 협력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감사콘서트를 열고 있는데 하반기부터 전점으로 확대한다. 갤러리아백화점도 24일 협력업체 직원 35명을 우수사원으로 선정해 해외휴가를 보내주고, 아로마 캔들 만들기, 난타실습 등의 힐링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하기로 했다.
본사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달부터 야근, 불통, 스트레스 등 직장생활 3대 폐해 없애기에 돌입했다. 특히 아산병원과 연계해 3,100여명 전 직원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데 매월 30~50여명의 직원들이 여주 신륵사와 김천 직지사에서 체험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 5월 가족과 함께하는 목장 체험, 이달에는 행복한 부부캠프 등을 운영하면서 직원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침체로 유통업전반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판매사원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 대한 성과압박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감정노동 대응 매뉴얼과 힐링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돼 감정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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