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응급조치만 했어도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 국방부 "소대 단위까지 의무병 배치하려면 천문학적 예산 필요"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동부전선 GOP(일반 전초)에서 의무병이나 군의관이 배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소대 단위까지 의무병이나 군의관을 배치할 경우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형 인명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의무병이라도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GOP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24일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사고가 발생한 GOP에 의무병이나 군의관이 한 명도 없어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이모 상병의 아버지는 “어깨와 쇄골에 관통상을 입고 사망했다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응급조치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사고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병장은 전날 오후 6시 5분부터 2시간 40분에 걸쳐 좌상엽 폐절제수술을 받고 현재 비교적 순조로운 회복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부원장은 수술 직후 브리핑을 통해 “임 병장은 수술 후 중환자실로 이송돼 현재 회복 중으로 의식이 명료하고 대화도 가능하다”며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2차 수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왼쪽 가슴 3㎝ 상단에 총상을 입은 임 병장은 총알이 폐를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간접 충격으로 왼쪽 폐 좌상엽 부분이 조각나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에 대한 조사 시기는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 여부 등 회복 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시기를 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 병장의 상태가 비교적 빠르게 호전됨에 따라 수사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임 병장의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돼 신병이 육군 중앙수사본부로 인계되면 부대 내 가혹행위나 집단 따돌림 여부 등 범행동기와 도주 경로가 집중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육군 중앙수사본부는 현재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총기난사 현장에서 목격자와 생존자 진술과 임 병장의 과거 상담일지, 수양록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만약 향후 조사에서 임 병장의 진술과 생존 장병들의 진술이 엇갈리면 수사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
GOP 내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을 숨지게 한데다 무장탈영까지 감행한 만큼 임 병장에 대한 중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숨진 장병 중에는 임 병장의 상관인 김모 하사가 포함돼 있어 형법상 살인죄 뿐 아니라 군 형법상(제 53조) 상관살해 조항 등도 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 형법 제 53조 1항에 따르면 상관을 살해한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2005년 6월 19일 경기 연천 GP 총기 난사로 8명을 숨지게 한 김 모 일병과 2011년 7월 4일 인천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 생활관에서 K-2소총을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김모 상병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다. 물론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인 관계로 두 병사에 대한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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