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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한번 낙인 찍히면 동료들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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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한번 낙인 찍히면 동료들이 외면

입력
2014.06.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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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공연하게 알려져 전문상담 인력 절대 부족, 병사들과 비슷한 연배 일선 지휘관에 관리 일임 병사 상호 간 수평관계로 이병→병장 계급 오를수록 책임 따른 스트레스 심화도

24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하러 온 장병들이 고성 GOP 총기난사 피해 유가족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24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하러 온 장병들이 고성 GOP 총기난사 피해 유가족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고성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은 2005년 발생한 경기 연천 530GP(전방초소)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11년 강화 해병부대에서 유사한 총기난사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와 군 당국은 잇따르는 충격의 군부대 총기사건에도 유명무실한 재발방지 대책만 내놓은 셈이다. 이런 군을 믿고 어떻게 하나뿐인 아들을 국가에 맡길 수 있겠느냐는 부모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총기참극은 가정의 비극의 넘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더 이상의 부대 총기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고성 GOP 총기난사 사건으로 ‘관심병사’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은 2009년 이후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장병들의 일탈을 막기보다 갈수록 대형 인명참사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관심병사=문제병사’ 낙인

8월에 전역을 앞둔 육군 A(23) 병장은 내무반 후임인 B(22) 일병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최근 B일병이 관심병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다른 부대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가급적 B일병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A병장은 “군생활에서 후임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B일병 때문에 아무래도 단합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심병사는 비공개로 분류해 지휘관이 병사 개개인에 대한 상담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다. 하지만 대부분 병사들은 부대에서 누가 관심병사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상관과 자주 면담을 갖는 정황이 주위에서 포착되거나 아니면 장교가 대놓고 관심병사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관심병사 당사자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다. 인권위 상담사례에는 “동료들이 날 일부러 혼자 내버려둔다” “군대 와서 오히려 우울증이 생겼다”는 현역병들의 고충이 적지 않다. 전방부대에서 복무했던 한 장교는 “관심병사로 분류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차라리 무관심하게 놔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병보다 병장이 더 힘들어

국방부는 2011년 7월 강화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직후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강화해 병사 상호간에 명령이나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병사 계급이 높아질수록 후임들을 관리하고 지휘관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책임감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다.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는 줄었지만 병사간 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뀌다 보니 상호간 관심도는 줄고 자연히 관심병사는 더 방치됐다.

때문에 병사들 사이에서는 ‘이병이 가장 편하고 병장이 가장 힘들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고성 GOP 총기난사를 저지른 임 병장도 전역을 불과 3달 앞둔 ‘말년 병장’이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계급이 높아질수록 주변환경 변화에 대처하거나 자기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오히려 취약한 모습이 적잖이 드러난다”며 “이번 총기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관심병사 등급 분류기준
관심병사 등급 분류기준

전문상담사와 관심병사 엄격 통제 필요

일선 부대에서 관심병사 제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장교들도 어려움을 하소연하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소대(30명 안팎)는 중ㆍ소위, 중대(120명 내외)는 대위가 지휘관을 맡으면서 관심병사 관리도 겸한다. 문제는 이들의 나이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20대 초반의 병사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인생 경험이 적다 보니 관리병사와 상담을 해도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상담사를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병영생활상담관을 사단급(병력 1만명 정도)에 3~4명 배치하는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 한 명이 병사 수천 명을 상대하는 셈이다. 그러면서 상급부대는 관심병사에게 1주일에 최소한 2~3회 상담을 하도록 현장 지휘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편이다.

관심병사 등급이 대대장의 판단으로 완화될 수 있는 점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때문에 입대 초기에는 A급 관심병사였다가 이후 B급이나 C급으로 등급이 낮아지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휘관 재량으로 관심병사 등급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방 문제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땜질식 처방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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