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연비 검증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조만간 발표한다고 한다. 자동차업체가 신고해 온 연비를 검증할 때, 실제 측정한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각각 따져 모두 신고연비의 5% 이내 오차범위 안에 들어야 ‘적합’ 판정을 내리는 쪽으로 기준을 통일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산해 산출한 복합연비만 오차범위를 넘지 않으면 ‘적합’으로 인정해왔다.
이번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일부 차종에 대한 연비 검증결과도 함께 내놓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된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2개 차종의 실제 연비가 표시연비에서 6~7% 벗어났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선 적합 판정이 나와 혼선을 빚었다. 올해 재조사에서도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했고, 산업부는 복합연비는 적합, 도심연비는 오차범위 초과로 판정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 부적합 판정이 나게 된다.
정부가 이들 차량에 대해 연비 부풀리기로 공식 판정하면 해당 업체는 소비자의 보상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정부도 소비자 보상안 마련을 해당 업체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대상이 아닌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장된 자사의 연비표시에 대해 자발적으로 금전보상을 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도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지난해 3억9,500만달러를 보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연비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연비 부풀리기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종의 사기행위다. 더욱이 국내 연비제도는 소비자보다 제조업체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 표시연비 오차허용 범위가 3%지만 국내는 새 기준을 적용해도 5%다. 정부가 연비 부풀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허용기준도 국제기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국내 업체들도 더 이상 ‘연비 변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소비자 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 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집단소송 등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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