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술영화로 10만 관객 돌파
원작 소설도 스크린셀러 등극 조짐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18일) 첫 주 10만 관객을 넘어 23일까지 12만5,99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봤다. 다양성영화(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가리키는 말) 시장에서 보기 드문 관객몰이다. 흥행 추세로 봤을 때 30만 관객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스웨덴 영화로선 매우 이례적인 흥행 행보다. ‘창문 넘어…’의 흥행 성적은 동명 원작 소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창문 넘어…’의 흥행 성공은 ‘스크린 셀러’(영화의 흥행으로 더 많이 팔리는 원작 소설) 현상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2007년 데뷔 소설 ‘창문 넘어…’는 38개국에서 출판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출신지 스웨덴에서만 110만부가 팔렸고 해외까지 포함하면 600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에는 지난해 소개돼 13만부 가량이 독자와 만났다. 출판계에선 시장의 급속한 축소로 특정 도서의 10만부 판매를 1990년대 100만부에 견준다. ‘창문 넘어…’는 출판계의 예상을 뛰어넘은 베스트셀러였다.
‘창문 넘어…’는 100세 생일날 양로원을 도망친 노인 알란의 모험기를 그린다. 알란이 폭력배의 거금을 우연찮게 손에 쥔 뒤 범죄조직의 추격을 받는 과정을, 알란의 남다른 과거 회상과 함께 소개한다. 어린 시절 폭탄에 매료됐던 알란은 폭탄 덕분에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 소련의 압제자 스탈린 등 세계 유명 정치인과 교유하며 역사의 현장을 목도했다. 당대 권력자들에게 야유를 보내며 삶을 담대하게 즐겼던 알란의 과거가 독자와 관객에게 치유의 정서를 전한다.
여느 스크린셀러와 달리 ‘창문 넘어…’는 원작소설의 히트가 영화의 흥행 성공에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웨덴 영화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원작소설이 큰 역할을 했다. ‘창문 넘어…’를 번역 출판한 출판사 열린책들의 홍예빈 문학팀장은 “책이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영화는 개봉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관객이 재미를 느끼는 영화 속 유머와 위트, 풍자도 결국 소설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 빅의 박덕배 대표도 “원작 덕분에 영화에 대한 인지도도 있고 흥행에 있어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며 “국내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유쾌함과 코믹함을 잃지 않아 흥행에 성공한 듯하다”고 밝혔다.
영화의 개봉과 함께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책 판매도 부쩍 늘고 있다. 소설 ‘창문 넘어…’는 지난주 교보문고 책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전주 6위에서 세 계단 오른 순위다. ‘창문 넘어…’의 5월 판매 순위는 20위 밖이었다. 박덕배 대표는 “영화 개봉으로 원작 소설이 2만부 가량 더 팔린 것으로 안다”며 “영화 흥행과 함께 소설 판매부수가 영화 개봉 이전 수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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