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작업 다시 원점으로 검증문턱 넘을 후보난에
"청문회 통과 상대적 수월" 이완구 강창희 김문수 거론 법조인 중용할 여지도
각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온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24일 결국 자진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새 총리 후보 찾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앞서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은 두 번째 낙마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총리 후보 인선 작업이 그야말로 첩첩 산중의 난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새 후보자 찾기의 최우선 과제는 ‘검증 통과’다. 두 번의 검증 실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어서 또 다시 후보자의 흠집이 발견돼 낙마한다면 국정 전반이 총리 인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마비될 수 있다. 그러나 잇단 총리 후보 낙마 과정에서 검증의 잣대가 현격히 높아져 이를 통과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기가 버겁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두 번의 인선 과정에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 중 상당수가 크고 작은 하자가 발견됐고,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를 이유로 고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국정 경험이 전혀 없었던 문 후보자가 깜짝 발탁된 것을 두고 검증 통과에 방점이 찍힌 인선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마저도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후보자는 재산이나 비리 혐의 등은 깨끗했는데, 교회 강연이 문제가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언론의 검증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표출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정치인 출신들이 새 후보군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이미 검증의 기회를 가진 데다, 동료 의원들의 검증 칼날도 상대적으로 무딘 게 이점이다. 여의도에서 거론되는 후보로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강창희 전 국회의장, 황우여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다. 충남지사를 지낸 이 원내대표는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가진데다 충청권 민심을 대변할 수 있지만,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현직 원내 대표라는 점이 인선 부담이다. 같은 충청 출신으로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 일원이기도 한 강 전 의장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최근“충청권 총리를 뽑으라면 강 전 의장이 적격”이라고 추켜세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야당과도 관계가 원만한 황우여 카드도 거론되는데, 여권이 골치를 앓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통과 주역이란 점에서 여권 내 반감도 적지 않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지사는 행정 경험, 추진력, 청문회 통과 가능성 측면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게 걸림돌이다. 차기 대권주자가 국정 2인자로 나서면 자칫 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일각의 우려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도 다시 거명된다.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과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김진선 전 강원지사 등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이 관료 개혁 등 국가개조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법조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의 법조인 중용에 반감 여론이 많았으나 총리 후보자 인선에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법조인 카드를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조계에서 대학총장으로 직행해 전관예우 논란에서 벗어나 있는 김희옥 동국대 총장, 헌법재판소장 퇴직 후 대학 강의와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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