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은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사고 발생에서 검거까지 43시간 동안 드러난 난맥상을 5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1. 뒷북 친 초기대응
21일 오후 8시 15분에 총기난사 사고가 벌어지고 5분이 지나서야 상급부대인 22사단에 상황이 접수됐다. 군단 사령부에 보고되는데는 다시 5분이 걸렸다. 최초 사고 발생 뒤 상급 부대까지 보고되는데 무려 10분이 넘게 걸렸다. GOP 병력이 투입된 검거작전이 본격 시작된 것은 사고발생 13분이나 지난 뒤였다. 그 사이 임 병장은 산등성이를 타고 도주하고 있었다. 유사시 촌각을 다투는 전방에서 군 상황보고체계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또 군은 임 병장의 K-2소총 탄알이 얼마나 남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실탄 60여발을 소지했을 것이라고 추정만 했을 뿐이다.
2. 교란당한 포위망
군 당국은 총기 난사 사건 직후 임 병장이 남쪽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동서방향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월북에 대비해 북쪽 철책선 경계도 보강했다. 하지만 사고부대 동쪽 지역에는 병력을 집중투입하지 않았다. 미확인지뢰 매설지역이라 도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병장은 동북쪽으로 10km나 이동했다. 도주경로가 군의 포위망과 평행선 형태였기 때문에 초기에 발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검거작전에 3,500여명의 병력이 투입됐지만 임 병장과 조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던 셈이다. 임 병장은 사고 발생 18시간이 지나서야 민가와 인접한 지역에서 발견됐다. 사고 이후 최초 발각된 뒤에도 임 병장은 도주를 계속 했다. 최초 발견된 지점에서 또 다시 10km를 이동했다.
3. 허술한 체포 과정
체포조끼리 오인사격을 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포위망을 좁힌 뒤에도 군의 대응은 허술했다. 군 복무기간이 2년도 안된 병사들 대신 부사관 이상으로 구성된 특전사를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무장병력이 침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할부대 병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고 이런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으로 아군의 오인 사격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오인 사격으로 총상을 입은 병사는 치료 중이다.
4. 심리 전문가 한 명 없는 현장
임 병장은 대치현장에서 부모에 총을 겨눌만큼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군 당국은 임병장을 생포하기 위해 휴대폰을 던져 주고 현장을 찾은 아버지 및 형과 전화통화를 주선하고 물과 빵을 건네면서 허기를 채워 주는 등 심리적인 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임 병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현장에는 심리 전문가가 없었다. 임 병장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군이 한 일은 ‘대 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협상 전문가로, 심리상담도 가능한 요원’을 비무장으로 임 병장에게 접근시키는 일에 그쳤다.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당국은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5. 민간인 피해 방지 노력없는 군
군은 사고 발생 2시간여가 지난 22시 12분에야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인근 주민은 2시간 동안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돼야 인근 민간에 해당 사실이 통보 되기 때문이다. 임 병장이 무장한 상태로 10km를 도주하는 동안 인근에 거주하는 민간인에 대한 보호대책도 허술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군은 사고 이후 임 병장을 최초 발각한 뒤에야 근처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임 병장이 발포를 하며 저항할 때도 인근 주민은 집 안에 갇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교전이 발생한 지역은 통일전망대를 향하는 도로가 있고, 해수욕장도 있어 관광객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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