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 격리된 채 응급 치료받아 이송 당시엔 의식 유지
식음 전폐한 임 병장 조부모 "순한 녀석이었는데 큰 실수 목숨 다행히 건졌지만 결국엔 죗값 치를 수밖에"
총기 난사 후 자살시도를 하다 생포된 임모(22) 병장은 강원 강릉아산병원에서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은 응급실 입구에 경비원을 배치, 방문객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고 군 관계자 십수명이 응급실 앞을 지켰다.
오후 5시 28분쯤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한 임 병장은 하늘색 모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인 채 카키색 들것에 실려 수십명의 취재진 사이를 지나 응급실 안으로 옮겨졌다. 임 병장은 오후 6시5분부터 8시45분까지 왼쪽 폐 윗부분의 절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임 병장은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환자의 상태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임 병장의 상태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임 병장은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과다 출혈을 우려해 강릉동인병원으로 향하다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병장은 23일 오후 2시55분쯤 고성군 현내면 야산에서 자신의 K-2 소총으로 어깨와 가슴 사이에 총격을 한 발 가한 직후 생포됐다. 앰뷸런스와 헬기를 통해 오후 4시15분쯤 우선 국군강릉병원으로 후송된 임 병장은 응급 치료 후 외과 수술을 받기 위해 강릉아산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군은 서울 소재 병원으로 후송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악천후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단 강릉 지역에서 필요한 모든 치료를 할 방침이다.
임 병장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자살기도 사실을 듣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날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식음을 전폐하며 온종일 TV 뉴스만 지켜보던 임 병장의 할아버지는 “여태 속 썩인 적 한번 없는 순하고 순한 녀석이었는데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고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내가 대신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줄담배를 피웠다. 옆에 있던 임 병장의 할머니 허모(75)씨도 “손자가 말수가 별로 없는 내성적인 아이여서 그렇지 주변 친구들은 다 착한 아이들뿐이고 형과도 우애가 깊었다”며 “자살시도가 실패해 지금은 목숨을 다행히 건졌지만 결국에는 죗값을 치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흐느꼈다. 허씨는 또 “애 아버지가 엎질러진 물이니 너무 걱정 말고 우리보고 밥이나 잘 챙겨 먹으라 했지만 손자가 산속에서 물 한 모금 못 마셨을 생각에 입맛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 병장을 가르쳤던 선생님도 소식을 접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2008년 임 병장의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탈영병이 내 제자라는 소식을 듣고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내가 알고 있는 학생이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릉=장재진기자 blanc@hk.co.kr 수원=남태웅기자 hunting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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