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성장 가능성 입증되자 대기업과 외국 자본도 진출, 지자체들도 유치에 적극적
동물보호단체들 반대 예상, 친환경 설계·관리 동반돼야
올 4월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 문을 연 대형 수족관 ‘아쿠아플라넷 일산’에는 두 달여 동안 30만명이 다녀갔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단체관람 예약이 대부분 취소된 상황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직원들도 다소 놀랐다. 아쿠아리움 측은 수족관이 수도권에 자리잡아 고양시뿐만 아니라 인근 김포와 인천, 부천, 파주지역 주민들까지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가족단위 관람객이나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3씨월드와 코엑스 아쿠아리움 정도로만 기억되던 대형 수족관이 지방 대도시와 관광지에도 속속 들어서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대기업과 외국자본들이 아쿠아리움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조와 해저터널도 점점 더 대형화, 고급화하는 추세다.
2012년 제주에서 개관한 ‘아쿠아플라넷 제주’에는 지난해 10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으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 투자방식으로 아시아 최대, 전세계 10위권 규모의 아쿠아리움을 유치했다. 이 곳에 가면 대형 해양생물과 색깔이 화려한 어류 등 500여종 4만8,000마리 정도의 해양동물들을 접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제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4곳의 대형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다.
1985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63씨월드는 시설이 상대적으로 노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도 지난해까지 모두 2,900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서울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지난해 120만명이 찾는 등 매년 100만명 이상이 꾸준히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아쿠아리움이 신설되면 기존 아쿠아리움의 시장을 빼앗기보다는 전체 외형이 확대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아쿠아리움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입증되자, 외국계 대형업체와 대기업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2001년 부산 해운대에 들어선 부산아쿠아리움은 세계 2위 테마파크 기업인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츠 그룹이 투자했다. 지난해에만 120만명이 다녀가는 등 개관 이후 누적관광객이 1,400만명에 달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6년 완공예정인 제2롯데월드 지하1층에 85m 길이의 대형 수중터널이 들어서는 아쿠아리움을 건립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도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 사이 빈터에 2020년까지 아쿠아리움을 짓기로 결정하고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한화그룹 이기원 아쿠아리움 사업지원팀장은 “동물원과 비교해 사계절 관람이 가능하고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데다 인테리어도 화려해 관람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평소에는 보기 힘든 대형 해양생물과 희귀생물을 볼 수 있는 것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요소다. 보기 힘든 만큼 해양생물의 몸값도 엄청난데, 대형가오리와 바다코끼리는 마리당 2억~3억원, 대형상어는 3,000만~5,000만원 정도에 수입된다.
국내 아쿠아리움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형 수족관이 전국적으로 70여개, 미국은 100여곳에 달한다. 현재 6곳 정도에 불과한 우리나라도 20곳까지는 신설여력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방자치단체가 아쿠아리움 사업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로 꼽는다. 하지만 대형 수족관이 늘어날수록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환경친화적인 설계와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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