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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마피아

입력
2014.06.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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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죽음은 세기의 음모론에 자주 회자된다. 6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즉위 후 33일 만에 선종한 탓이다. 교황청은 심근경색이라고 했으나 독살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적인 로마가톨릭을 쇄신하고자 하는 개혁적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짐이라 부르는 관례를 깨고 나라고 지칭한 최초의 교황이며, 대관식마저 거부한 인간적인 면모의 사제였다.

▦ 선종 전 교황이 바티칸은행의 마피아 자금세탁 의혹 조사와 개혁을 지시했다는 말이 나돌면서 암살설이 퍼졌다. 영화 대부 3편의 줄거리도 이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실제로 선종 4년 뒤인 1982년 바티칸은행이 대주주인 암브로시아노은행(이탈리아 최대 민간은행) 은행장의 잠적과 런던에서의 석연찮은 자살, 은행 파산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음모론에 힘을 보탰다. 이 은행장의 죽음에도 마피아가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 역대 어느 교황보다 개혁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주말 이탈리아 4대 마피아의 본거지 중 한 곳인 칼라브리아를 찾아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 그들은 파문됐다”며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빚을 갚지 못한 할아버지와 3세 어린이를 총살한 마피아의 무도한 행각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앞서 교황은 지난해 6월 바티칸은행 특별위원회 설치로 검은 돈 유입 차단에 나선데 이어 올 들어 바티칸은행을 감독하는 추기경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 바티칸은행은 1942년 교황청의 종교ㆍ자선 활동에 쓰일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마피아 연계설, 돈세탁을 통한 수익창출 등 추문이 많았다. 9조원을 관리하면서도 불투명한 회계로 악명이 자자하고, 지난해는 바티칸은행 자산관리책임자인 주교가 2,000만 유로를 종교자금으로 위장해 밀반입한 사건으로 이사진이 사임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패척결과 사회개혁 기치를 높이 들수록 신변위협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끄떡도 않는 모습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것은 신의 뜻”이라며 대중과 소통할 수 없는 방탄차량은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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