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트랜스포머 1,2,3편은 다 잊어주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1,2,3편은 다 잊어주세요

입력
2014.06.23 19:16
0 0

인간 출연진 모두 갈아 치우고… CG·화끈한 액션신은 업그레이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흔히 따라 붙을 만한 홍보 문구지만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에 붙일 만한 포장은 아닌 것 같다. 포스터에 쓰인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라는 지시를 착실히 따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딱 그만큼 보게 될 것이다. ‘트랜스포머4’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1~3편에서 봤던 걸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다.

1편(2007) 성공 후 도돌이표처럼 되풀이하던 시리즈는 4편을 맞아 출연진을 죄다 갈아치웠다. 샤이아 라보프와 조시 더하멜은 더 이상 출연하지 않는다. 평범한 10대 소년과 섹시한 미녀라는 조합은 발명왕 아버지와 섹시한 미녀 딸로 바뀌었다. 미녀를 차지하기 위해 영웅이 되는 소년은 더 이상 없다.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하는 2시간 44분 내내 뛰고 소리지르고 기겁하며 고생하는 주인공과 그의 딸, 그 딸의 남자친구는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들의 소지품 또는 심부름꾼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자리는 사실 이미 착한 로봇군단 오토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뺏긴지 오래니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인간 캐릭터들의 노고를 많은 관객들이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딸 테사(니콜라 펠츠) CJ E&M제공
딸 테사(니콜라 펠츠) CJ E&M제공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오토봇과 악당 디셉티콘의 대규모 시가전이 일어난 지 5년 뒤다. 정부에 의해 오토봇과 디셉티콘을 가릴 것 없이 트랜스포머 소탕 작전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 텍사스 시골에 사는 발명가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는 우연히 폐기 직전 고물 트럭을 손에 넣는다. 배터리를 연결하고 보니 트럭은 오토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 트랜스포머 사냥꾼 로봇인 락다운과 거래하는 CIA 암살요원이 예거 일당을 쫓기 시작하는 한편, 200억달러의 자산가인 과학자 조슈아(스탠리 투치)는 외양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는 특수 금속인 트랜스포뮴을 발견해 트랜스포머를 대량생산하려다 디셉티콘의 두목 메가트론을 되살리게 된다. 예거 등이 인간에 실망한 오토봇을 설득해 메가트론의 지구 정복 야심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가 서사의 핵심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하며 줄거리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건 시간낭비일지 모른다. 탄탄한 플롯을 즐기러 이 영화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영화의 핵심은 트랜스포머 로봇들의 대결이다. 컴퓨터 그래픽(CG)이 1~3편에 비해 훨씬 말끔해졌고 섬세해졌다. 시카고와 홍콩의 마천루를 깨부수고 폭파시키는 액션 장면은 창의적이진 않지만 팬들에게 쾌감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로봇의 세부 표현도 실사로 느낄 만큼 사실적이고, 트랜스포머들이 대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의 시각적 표현 역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말끔히 지워버린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기 힘들었던 전편과 달리 아군 캐릭터를 분명하게 살려 액션 장면의 몰입도를 높였다.

CG 액션 장면과 새로 등장한 로봇 캐릭터들에 중점을 두느라 인간 캐릭터들의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 갑부 과학자 조슈아를 빼면 인간들이 로봇보다 더 평면적이다. 귀염둥이 로봇 범블비의 역할 비중은 시리즈를 거치며 점점 줄어들더니 이번엔 사실상 단역에 머문다. 베테랑 배우 존 굿맨의 캐릭터를 본뜬 로봇 하운드와 일본 배우 와타나베 겐의 목소리에 사무라이 캐릭터를 입힌 로봇 드리프트, 아시아를 의식한 듯한 공룡 로봇 등 새로운 로봇 캐릭터들의 등장이 흥미롭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홍콩 시내에서 촬영했다. ‘트랜스포머 3’의 중국 흥행(약 1,700억원)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인 것을 감안해 중국 제작사를 끌어들이고 중국 여배우 리빙빙을 캐스팅했다. 여러모로 어지간해선 실패하기 힘든 영화다. 제작자이기도 한 베이 감독은 이미 5편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6월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