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온라인 테러리즘 맹위 구성원 5~10% 서방국 출신
터키 시리아행 유럽인추방, 호주 가담자 귀국 때 구금고려, 佛 가담자 부모 제보독려
영국 카디프시 주민 아흐메드 무트하나(52)는 최근 경찰이 공개한 영상 속 인물이 반년 전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외출한 뒤 실종된 큰 아들 나세르(20)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아들 모습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촬영 장소가 불분명한 영상 속에서 나세르른 총기로 무장한 채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지하드(성전)에 동참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자신의 이름도 아부 알예메니라고 소개했다. 아흐메드는 “13살에 고아로 예멘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와 어렵게 자리를 잡은 나와 달리, 아들은 영국을 배신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방 국가 출신의 아랍계 젊은이들이 ISIS 무장대원으로 성전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들 국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트위터와 유튜브 동영상 등을 이용한 ISIS의 온라인 테러리즘에 서방국들이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ISIS 가담자 가운데 500~1,000명 정도가 유럽 등 서방국가 출신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식 집계는 아니지만 ISIS의 전체 병력 규모가 1만1,000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총 ISIS 구성원의 5~10% 가량이 서방국가 출신인 셈이다.
서방 국가출신의 이슬람 전사들은 시리아 북쪽 국경과 맞닿은 터키를 통해 시리아에 입국한 뒤 ISIS에 합류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까지 자국을 통해 ISIS에 합류하는 서방 무슬림을 방치했으며, 시리아도 반군 간 내분 조장을 위해 ISIS를 사실상 지원해 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프랑스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터키를 통한 자국민의 시리아행을 엄선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은 “서방국 가운데 영국과 호주, 프랑스, 독일 등의 이슬람 과격주의 청년들이 주로 성전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서방출신 청년의 참여는 무장세력에게는 전투력 강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인기 폭격 등 이라크 사태에 다각적 개입을 고려 중인 서방국에게 ISIS가 이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사태 해결 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테러활동을 이어갈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이들의 참여를 막으려는 관련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터키는 올 들어 성전 참여를 위해 시리아행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럽 각국의 입국자 200여명을 추방했다. 호주 정부는 ISIS 가입 전력이 있는 자국민들이 귀국할 경우 구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식이 지하드에 참가할 것으로 의심되면 부모가 내무부에 직접 제보해 출국을 금지하는 대책도 내놨다.
CNN은 “트위터 등 온라인으로 성전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대책이 미흡하다”며 “시리아 내전에 참가했던 서방 출신 전사 가운데 300여명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