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귀국 3일째 침묵 文 설득하는 데 실패한 듯
靑, 文에 양해 구하지 않고 재가 보류 카드 불쑥 꺼내 사태 악화시킨 측면도
청와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 논란이 지속되는데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해 무기력한 정무 기능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 국회 인준 절차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후속조치를 두고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야ㆍ대여관계에서 불통 논란을 빚은 청와대의 정무 기능이 문 후보자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도 제 역할을 못해 화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3일째인 23일에도 문 후보자는 전과 다름 없이 출근했고 청와대는 ‘침묵 모드’를 유지했다. 청와대가 지난 18일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재가에 대해 ‘귀국 후 검토’입장을 밝히며 이를 보류한지 6일째다.
문 후보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집무실에 출근하며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며 기다리겠다”고 말해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거듭 시사했다. 청와대의‘귀국 후 재가 검토’가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메시지였지만, 이를 거부하는 문 후보자의 입장이 일주일 가까이 요지부동인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 귀국 후인 지난 주말 청와대와 문 후보자 간에 의견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선 문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지명철회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마저 거부함으로써 출구가 막혀 버린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전에 문 후보자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재가 보류’ 카드를 꺼내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켜 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자의 한 지인은 “청와대가 ‘재가 검토’를 밝히면서 별도로 문 후보자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문 후보자가 화가 많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로선 자신과의 상의도 없이 나온 공개적인 자진 사퇴 압박에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자가 당시 “(자진 사퇴 메시지에 대해)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도 그 같은 불만을 에둘러 표출했다는 해석이다.
이로 미뤄 보면 일주일 가까이 거취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결국 청와대가 문 후보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내에서 이 같은 정치적 소통 기능은 정무수석이 담당하지만, 갓 내정된 조윤선 신임 수석이 문 후보자와의 원활한 의견 조율에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문 후보자의 성향을 고려해 청와대가 미리 설득 작업을 벌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문 후보자가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