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빨간 불’ 홍명보호의 오판
[부제목]1승 상대 알제리 아닌 러시아, 박주영 발탁, 지나친 수비 위주 전략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일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을 노렸던 홍명보호가 16강 진출은커녕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처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알제리와의 H조 2차전에서 2-4로 완패했다. 이로써 1무1패(승점1)를 기록한 한국은 H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1승 제물 잘 못 잡았다
홍명보호는 본선 1승 제물로 삼았던 알제리에 호되게 당했다. 선수 면면이나 조직력을 볼 때 가장 해볼만한 상대로 여기고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인 알제리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두 차례 평가전을 튀니지와 가나를 상대로 치렀다. 이는 모두 ‘가상 알제리 모의고사’였다. 그러나 결과는 각각 0-1, 0-4로 2연패했다. 예방주사라고 치기엔 너무나 따끔했다. 오히려 공포심만 몰고 온 결과를 초래했다. 앞선 평가전처럼 개인기를 갖춘 상대 공격수들 앞에 수비는 뻥뻥 뚫렸다. 또 가나전처럼 초반에 많은 득점을 허용하며 일찌감치 기 싸움에서 패했다. 결과론적으로 1승 제물은 생각보다 강한 알제리가 아닌 생각보다 약한 러시아였다.
박주영 발탁,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
홍명보(45) 감독이 믿었던 골잡이 박주영(29ㆍ아스널)은 끝내 침묵했다. 두 경기에서 단 하나의 무의미한 슈팅만 날렸을 뿐 공격수로써 존재감은 전혀 없었다. 일각에서는 ‘수비형’ 공격수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박주영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때 가장 논란이 된 선수였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벤치를 지키던 박주영을 발탁했다. 경기 출전 시간을 중요시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깬 선발로 ‘엔트리 논란’이 일었다. 2년 전 런던올림픽 때도 병역 논란에 휩싸인 그를 와일드카드로 데려 갔다. 고비마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주는 박주영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정작 뚜껑을 열자 기대했던 박주영의 해결사 능력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교체 카드로 나선 이근호(29ㆍ상주 상무)와 김신욱(26ㆍ울산 현대)이 돋보였다.
승점 3이 필요한데…지나친 수비 위주 전략
한국과 알제리 모두 승점 3이 필요했다. 서로의 골문을 노리는 난타전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알제리는 공격 위주로 나선 반면 한국은 공격 축구가 아닌 역습에 비중을 뒀다. 두들겨야 굳게 닫힌 문은 열리기 마련이다. 알제리는 전반 동안 12개의 슈팅을 날려 3골을 뽑아냈다. 알제리의 적극적인 공세에 한국 수비는 와르르 무너졌다. 한국은 알제리와 달리 전반에 단 1개의 슈팅도 때리지 못했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아닌 백 패스 등으로 템포만 늦췄다. 실컷 두들겨 맞고 후반에 뒤늦게 카운터 펀치를 날리려고 했지만 넘어간 흐름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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