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 前대표 등 24명 기소
롯데홈쇼핑이 홈쇼핑 업계의 독과점 시장구조와 납품업체들 간 무한경쟁 체제를 악용해 중소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갑(甲)질’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원들은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뜯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이모(49ㆍ구속기소) 전 생활부문장은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들이나 아버지는 물론, 전처의 계좌까지 이용해 리베이트를 받아냈다. 심지어는 매달 300만원씩 전처의 생활비를 대납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이런 방법으로 그가 2008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6곳의 업체에서 받아 챙긴 액수만 총 9억800만원에 달한다.
홈쇼핑 상품 출시부터 방송시간 편성까지 거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는 상품기획자(MD)들도 납품업체들한테 갑의 횡포를 일삼았다. 정모(43ㆍ구속기소) 전 MD는 부친의 도박 빚 1억5,000만원을 떠넘긴데다 2,800만원짜리 그랜저 차량까지 받아냈다. 하모(49ㆍ구속기소) 전 수석 MD도 소개받은 주식투자 종목이 손실을 빚자 비싼 값에 되팔아 4,000만원을 챙기는 등 모두 1억4,000만원을 수수했다.
최고경영자(CEO)도 예외는 아니었다. 16일 구속수감된 신헌(60) 전 대표는 2007년 10월~올해 2월 홈쇼핑 상품 출시와 백화점 입점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벤처업체와 카탈로그 제작업체 등 3곳에서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또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3억272만원을 횡령해 2억2,599만원을 사적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홈쇼핑 임직원 10명을 적발, 신 전 대표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전ㆍ현직 MD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비자금 조성을 도운 벤더ㆍ납품업체 대표 14명 가운데 김모(42)씨를 구속기소하고, 허모(46)씨 등 7명은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영세업체 대표 6명은 약식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홈쇼핑업계는 진입장벽이 워낙 높은데다 황금시간대 배정을 못 받으면 재고물량 소진이 어려워 로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적발된 비리 행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